[사설] 이중계약 피해 속출, '통제 사각' 임대관리업체
오피스텔 보증금 횡령에 임차인 울상
업체 등록제 보완해 철저히 검증해야
부산 동래구 온천동의 한 오피스텔을 관리하는 임대관리 전문업체가 세입자들에게서 받은 거액의 보증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해 경찰이 수사를 벌이고 있다. 이 임대관리업체는 600세대 규모 오피스텔의 임대차계약을 통해 세대당 1000만~4000만 원의 보증금을 받아 빼돌리면서 사기 혐의를 받고 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수백 명의 세입자가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해 피해 액수가 100억 원이 넘을 것으로 보인다. 일부 건물주의 전세 사기와 악덕 중개업자가 낀 불법 부동산 거래에 이어 임대관리업체의 사기 행각이 정부 당국 통제망의 사각지대에 놓여 있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피해 예방을 위한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
동래경찰서에 따르면 피해가 생긴 오피스텔의 임대관리업체는 임차인은 물론 임대인에게도 피해를 입혔다는 점에서 문제가 심각한 것으로 지적된다. 해당 임대관리업체가 임대인과 임차인에게 계약 내용을 각각 다르게 적용하는 이중계약을 체결했기 때문이다. 오피스텔 임대인들은 임대차계약이 낮은 금액에 체결된 것으로 관리업체에게 속아 실제 임대료보다 훨씬 적은 돈을 받다가 최근에는 재정난을 내세운 업체로부터 아예 받지도 못하고 있다. 계약이 만료된 임차인들은 퇴실 후에도 관리업체나 임대인들에게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피해는 부산진구 부암동, 연제구 연산동, 경남 김해시 등 문제의 업체가 관리하는 오피스텔에서도 속출하는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파만파로 커질지 않을까 우려된다.
인천에 본사를 둔 문제의 임대관리업체는 부산과 김해 이외에도 울산과 서울, 인천, 경기도 등 전국에서 임대관리 사업을 벌이고 있어 유사한 피해 신고가 잇따른다는 소식이다. 이를 감안하면 부산 지역 오피스텔을 포함한 전체 피해 규모는 수천 억 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부산 경찰의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와 함께 수사 범위의 확대가 요구되는 대목이다. 부동산 거래 질서를 어지럽히고 서민층과 사회적 약자를 울리는 해당 업체 관계자들을 엄벌해 경종을 울려야 마땅해서다. 추가 피해 등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서도 시급한 일이다.
근본적으로는 임대관리업체의 사기 범죄 행위를 가능하게 만든 당국의 느슨한 관리제도를 완벽하게 보완하는 일이 중요하다. 현행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은 100세대 이상 임대관리업체의 경우 자금, 인력, 사무실 등 현황을 광역지자체에 신고·등록하도록 규정돼 있다. 하지만 문제의 임대관리업체는 사실과 다르고 부실한 내용으로 신고했는데도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전국 지자체의 주기적인 업체 점검이 서류 신고로 끝나기 일쑤여서 국토교통부의 관리가 매우 허술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앞으로 지자체의 빈틈없는 관리·감독이 이뤄져 더는 불법이 판치지 않도록 하는 제도적 장치를 확실하게 마련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