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제남부관광단지 조성 사업, ‘대흥란’ 서식지 논란에 ‘주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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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단체, 멸종위기 2급 산재
낙동강유역청장 등 형사 고발
민간업자, 이식·이주안 제시
지역 주민 “조속한 추진” 촉구
‘개발이냐·보호냐’ 논쟁 조짐

경남 거제시 남부관광단지 조성사업이 ‘대흥란’ 서식지 논란에 제동이 걸렸다. 조성 예정지인 남부면 탑포리 일원. 부산일보DB 경남 거제시 남부관광단지 조성사업이 ‘대흥란’ 서식지 논란에 제동이 걸렸다. 조성 예정지인 남부면 탑포리 일원. 부산일보DB

경남 거제시 남부관광단지를 둘러싼 논쟁이 재연될 조짐이다. 최대 난제였던 환경영향평가를 통과하며 본궤도(부산일보 7월 4일 자 11면 보도 등)에 오르는 듯했지만, 난데없는 ‘대흥란’ 이식 논란에 다시 발목이 잡힐 판이다. 낙후된 남부권 개발 활성화 기회마저 물거품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면서 지역 내 갈등도 증폭되는 모양새다.

노자산지키기시민행동은 남부관광단지 환경영향평가 작성 업체 관계자와 환경부 산하 낙동강유역환경청장을 형사 고발할 계획이라고 20일 밝혔다. 업체 측이 멸종위기·희귀종 개체 확인을 빠뜨렸는데도, 낙동강청이 이를 묵인·방조했다는 이유다. 시민행동은 지난달 낙동강청 요구로 진행된 경남도·거제시 공동생태조사 결과, 앞선 환경영향평가서가 거짓·부실 작성된 사실이 드러났다고 주장한다.

시민행동에 따르면 평가서에서 서식지 3곳, 90여 촉에 불과하다던 대흥란 서식지가 무려 200여 곳, 727촉이나 발견됐다. 또 사체 1개체가 전부라고 기술된 거제외줄당팽이도 22개체(사체 2개체 포함) 확인됐다. 두 종 모두 멸종위기 2급으로 지정된 야생생물이다.


대흥란. 부산일보DB 대흥란. 부산일보DB

시민행동은 이를 근거로 사업 승인권을 쥔 경남도를 압박하고 있다. 공동 조사 직후, 결과를 낙동강청에 전달한 도는 회신을 기다리고 있다.

도는 낙동강청 의견을 반영해 토지이용계획 조정 여부, 관광단지 조성 계획 최종 승인 여부를 결정한다.

관건은 대흥란 서식지를 원형 보존하느냐, 이식·이주하느냐다. 대흥란은 주로 7∼8월에 피는 희귀 야생화다. 흰색 바탕에 홍자색이 도는 꽃잎이 특징이다. 이번 조사에서 휴양오락시설(골프장), 숙박시설(휴양콘도), 조성녹지 등 사업대상지 곳곳에 자리 잡은 것으로 파악됐다. 이를 전부 원형 보존하면 사실상 사업 추진이 불가능하다. 때문에 환경영향평가 업체와 민간사업자는 대흥란을 사업 예정지 밖으로 이식하고, 개체 수가 줄면 증식해서 관리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반면 시민행동은 국내에선 아직 대흥란 이식 사례가 없는 데다, 환경 변화에도 민감해 다른 자생지로 이식하면 살아남을 수 없다며 원형 보전을 주장한다. 잎이 없어 스스로 영양분을 만들어 내지 못하고, 균류가 만든 영양분을 먹고 사는 특성상 환경이 바뀌면 적응하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는 이유다.

이에 대해 업체 측은 “대흥란은 노자산에만 서식하는 생물이 아니다. 거제 전역을 비롯해 인접한 통영과 남해, 김해, 강원도 삼척, 충남 홍성, 전북 부안, 전남 여수 심지어 제주도까지 전국적으로 서식한다”고 반박했다.

지역 내 갈등의 골도 깊어지는 모양새다. 통영거제환경운동연합을 중심으로 33개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한 시민행동이 사업 백지화를 요구하는 것과 달리, 개발 대상지 주민들은 “사업추진을 훼방하지 말라”며 맞서고 있다.

남부면주민자치위원회와 발전협의회, 이장협의회 그리고 부녀회·노인회 대표단은 지난 6월 말부터 한 달간 거제시청 맞은편에서 피켓시위를 진행하며 도와 거제시에 ‘조속한 사업 추진’을 촉구했다. 이들은 “남부면은 인구 1500명 남짓한 소멸해 가는 거제에서도 가장 낙후된 지역이다. 지푸라기라도 잡고 싶은 심정으로 관광단지 사업을 받아들이고 환영했다”고 주장했다.

이어 환경단체를 향해 “노자산과 가라산은 남부면민들이 조상 대대로 지키고 가꾸어 왔다”며 “간절한 부탁과 호소를 무시한다면 우리는 생존권을 걸고 맞서 싸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한편, 거제남부관광단지는 (주)경동건설이 4300억 원을 투자해 남부면 탑포리와 동부면 율포리 일대에 복합휴양레저단지를 건설하는 사업이다. 총면적 369만 3875㎡(해면부 39만 8253㎡ 포함), 국제경기용 축구장 450개를 합친 크기로 경남에선 가장 크다.

2017년 거제시가 사업계획을 수립해 2019년 경남도 도시계획심의를 통과하면서 본격화했지만, 환경단체 반발에 환경부가 ‘생태 보호 구역’ 범위를 늘렸다 줄이기를 반복하면서 지지부진했다. 그러다 지난 6월 낙동강청이 개발로 인한 환경 피해를 최소화할 보완 조치 시행을 전제로 사업 추진에 동의하면서 청신호가 켜졌다.

계획대로 사업이 추진되면 거제 관광객 1000만 명 시대 개막의 마중물로 낙후된 남부권 개발에 탄력이 붙을 것이란 기대가 크다. 실제 사업자 측 분석을 보면 남부관광단지 조성 시 7년여로 추정되는 건설단계에서만 총 9584억 원 상당의 생산·소득·부가가치 경제 유발 효과와 5321명의 일자리 창출이 기대된다.

운영단계에선 상가와 숙박, 운동·오락시설을 통해 연간 214만여 명의 관광객을 유치해 20년간 6조 660억 원 상당의 낙수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계산이다. 특히 콘도미니엄, 호텔, 연수원, 골프장, 테마가든, 생태체험장 등 관광단지 내 10개 시설 운영·관리를 위해 650명 이상을 신규 채용할 계획인데, 지역주민에게 우선권을 준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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