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도 못 받고, 팔 수도 없고… ‘내 집 아닌 내 집’ 3년
재개발조합 ‘늑장’ 행정 탓
아파트 건물 미등기 상태
시공사와 소송도 진행 중
입주민 고통 장기화 우려
부산의 한 아파트 단지 입주민들이 입주한 지 3년이 넘도록 등기부등본이 없어 재산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재개발조합 측의 ‘늑장’ 행정으로 건물이 아직까지 미등기 상태인 탓이다. 추가 분담금과 관련해 조합 측이 시공사와 법적 다툼까지 벌이고 있어 입주민들의 피해는 더욱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20일 영도구청에 따르면, 봉래동 센트럴에일린의뜰은 지난달 10일 아파트 전체 준공 승인을 받았다. 앞서 2021년 4월에는 준공 인가 전 사용 허가로 현재까지 1200여 세대가 아파트에 거주하고 있다.
하지만 입주한 지 3년 넘게 아파트 건물이 미등기 상태인 탓에 입주민들은 등기부등본조차 발급받지 못하는 실정이다. 등기부등본은 일종의 ‘신분증’ 역할로 주택의 소유권 등을 나타내 소유자의 재산권 행사 근거가 된다. 특히 전세 사기와 맞물려 등기부등본에 대한 확인이 더욱 중요해졌다.
하지만 봉래동 에일린의 뜰 입주민들은 등기부등본이 없어 아파트 매매조차 마음대로 할 수 없다며 답답함을 토로했다. 등기부등본이 없다는 불안감 때문에 매매는 물론 전월세 수요조차 떨어졌다는 설명이다. 입주민 이 모 씨(41)는 “매매는 물론이고 전월세조차 수요가 줄어들면서 아파트 가치가 크게 하락했다”며 “은행에서도 대출을 거부해 다른 곳으로 이사조차 갈 수 없는 상황이다”고 하소연했다.
입주민들이 반쪽짜리 집을 갖게 된 데에는 시행사인 조합 측에서 추가 분담금 배분에 대한 관리처분계획을 아직도 정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관할 행정기관인 영도구청에 따르면, 도시 및 주거 환경 정비법상 조합이 관리처분계획을 확정하지 않으면 등기부등본 생성이나 발급이 불가능하다. 구청 관계자는 “준공 승인 전부터 조합 측에 추가 분담금에 대한 관리처분계획을 세우라고 수차례 말했다”며 “주민 재산권 침해 문제는 안타까우나, 구청이 법을 어겨 가면서 등기부등본을 발급해 줄 수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조합 측은 최대한 빠르게 관리처분계획을 수립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조합 총회 등 관리처분계획을 확정하기 위한 향후 행정 절차에만 4~5개월가량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또한 IS동서 등 아파트 시공사 측과 추가 분담금에 대한 법적 다툼도 진행되는 중으로 입주민 고통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크다.
조합 관계자는 “관리처분계획을 위한 관리총회를 열 준비를 하고 있다. 4~5개월 정도 걸릴 전망”이라며 “구청과 협조하면서 최대한 빠르게 일정을 진행해 입주민들이 불편을 해소하겠다”고 밝혔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