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 리포트] 아름다움 강요하는 한국… 외신 “미성년자에게도 성형 권해”
텔레그래프 등 성형 실태 조명
“엄마가 미성년 자녀에 권유”
약한 규제로 대리 수술 피해도
성형·미용 거부 움직임도 일어
‘한국은 세계 성형수술의 수도.’
외신들이 최근 ‘K팝’ ‘K뷰티’ 트렌드가 전 세계적으로 확산하면서 한국 성형산업이 번창하고 있다고 연이어 전하고 있다. 그러면서 그 이면에는 아름다움을 강요하는 사회의 압력, 치열한 경쟁, 백인의 미를 동경하는 문화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고 지적한다. 대리로 성형수술을 진행하는 ‘유령 의사’의 문제점도 꼬집었다. 그러나 최근 들어 한국에도 성형수술을 외면하고 개성을 존중하는 움직임이 일고 있는 점에 주목했다.
■“성형 대국 대한민국”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는 ‘대한민국의 성형 대국이 자부심이자 고통인 이유’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한국의 성형산업을 소개했다. 텔레그래프는 “한국 K팝과 K뷰티 트렌드의 국제적 인기가 높아지면서 최근 한국 정부는 2027년까지 약 70만 명의 의료관광객을 유치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며 “한국은 ‘세계 성형외과 수도’로 불리며, 미국과 브라질을 제치고 1인당 성형외과 의사 수 세계 1위를 자랑한다”고 말했다. 보도에 따르면 2018~22년 한국의 성형산업 규모는 19억 5000만 달러이며 2020년 기준으로 19~29세 한국 여성의 25%, 30~39세 한국 여성의 31%가 어떤 형태로든 성형수술을 받았다.
이어 한국인들은 대학에 진학하거나 직장에 들어가거나 심지어 결혼 상대자를 찾기 위한 ‘완벽한’ 이미지에 대한 사회적 압력을 받는다고 소개했다. 대중문화에서 광범위하게 규정하는 한국의 미의 기준은 작고 어려 보이는 V자형 얼굴, 대칭적인 눈썹, 매우 날씬한 몸매, 쌍꺼풀이다.
■“미성년자도 성형으로 몰려”
텔레그래프는 성형의 사회화, 백인 미의 추구 등을 이유로 한국의 성형산업의 이면을 비판했다.
2007년 도브라는 브랜드의 조사에 따르면 한국인 어머니 4명 중 1명은 12~16세 딸에게 칼을 대라고 조언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현재 30대이며 익명을 요구한 제니퍼는 텔레그래프의 보도에서 “그녀의 꿈인 대학에 입학한 후 쌍꺼풀 수술을 받도록 압력을 받았다”며 “엄마와 할머니는 수술 전의 내 모습이 안쓰러워 보였다고 심정을 말했다”고 밝혔다. 이후 그녀가 대기업에서 첫 직장을 시작하기 전에 그녀의 어머니는 그녀에게 다리 지방흡입 수술을 강요했다. 그녀는 “너무 고통스러워 한동안 다리를 숨겨야 했다”고 말했다. 이어 텔레그래프는 “미성년자에게 안면 성형수술을 하는 것은 윤리적 문제를 제기한다”고 전했다. 미국 아이오와 주립대학의 켈리 레디-베스트 교수는 텔레그래프 기사에서 “이들은 선택 의지가 있는 아이들이지만 부모, 의사, 광고, 동료들에 의해 사회화되기도 한다”고 말했다.
텔레그래프는 켈리 레디-베스트와 그녀의 동료 최은지가 발표한 ‘한국 패션 미디어가 추구하는 미의 이상형’에 관한 논문을 인용해 쌍꺼풀, 밝은 머리카락과 같은 전형적인 백인 미학이 널리 퍼져 있다고 보도했다. 또 취업 등 한국의 치열한 경쟁이 성형수술을 부추긴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대리 성형수술의 위험
미국 CNN방송은 “한국의 위험한 유령 의사들이 성형수술 환자의 생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다른 외과 의사를 고용해 수술을 대신 해주는 ‘유령 의사’에게 피해를 입은 피해자의 사례를 들며 “이 행위는 한국에서 불법이지만 107억 달러 규모의 급성장 하는 성형외과 산업에서 약한 규제 탓에 무자격 직원이 외과의사를 대신하는 공장과 같은 클리닉이 번창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CNN 보도에서 이름을 밝히지 않은 한 성형외과 의사는 유령 의사들이 그가 일했던 병원에서 많은 수술을 했다고 말했다. 한국소비자원에 따르면 2016년부터 2020년까지 226명이 부상, 부작용, 재수술이 필요하거나 성형수술 중 숨졌다.
CNN은 또 “한국법에 따르면 무면허 의료 행위를 지시하거나 수행한 사람은 최고 5년 징역 또는 최고 5000만 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그러나 이러한 범죄는 입증하기 어려운 데다 법정에서도 유령 의사가 무거운 처벌을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지적했다.
■성형 거부… 코르셋 탈출
외신은 성형수술을 은근히 종용하는 한국 사회 압력에 맞서는 한국 여성의 새로운 움직임에도 주목한다.
미국 인터넷 신문인 인사이더는 “한국의 젊은 여성들은 스킨케어에 한 달에 700달러를 쓴다. 그러나 이제 그들은 직업, 관계, 지위를 걸고 K뷰티 산업에 반란을 일으키고 있다”는 제하의 기사에서 “2018년부터 수십만 명의 사람들이 긴 머리를 자르고 화장을 지우는 사진을 소셜 미디어에 게시했다. 그들은 헐렁한 옷과 안경을 쓰고 거리를 습격한다”고 전했다. 그들의 움직임은 ‘코르셋 탈출’로 불린다.
특히 인사이더는 최근 한국 뷰티 산업을 다룬 책 〈플로리스〉를 출간한 미국 언론인 엘리스 후의 인터뷰를 통해 “코르셋 탈출은 한국 여성들에게 요구되는 미적 노동에 대한 총파업”이라고 말했다. 기획재정부의 소비 데이터에 따르면 20대 한국 여성들 사이에서 미용 관련 지출이 실제로 감소했으며 성형 수술도 덜 받고 있다고 후는 말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