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스텔 소재지가 ‘부산구’? 임대관리업체 검증 부실 여전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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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체 제출 서류 검증 아예 없고
지자체 간 사업장 정보 공유 부재
‘사고 칠 수 있는 구조’ 개선 시급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지난 16일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 내부 심의기준·회의록 등 정보공개청구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연합뉴스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가 지난 16일 ‘전세사기 피해지원위원회 내부 심의기준·회의록 등 정보공개청구 기자회견’을 갖는 모습. 연합뉴스

부산의 한 오피스텔을 담당하던 임대관리업체가 보증금 횡령 의혹(부산일보 8월 14일 자 1면 등 보도)으로 경찰 수사를 받는 가운데 전국에서 피해 사례가 이어진다. 지자체는 관리업체의 자본금 규모 등을 주기적으로 파악하도록 되어 있지만 실제로는 업체가 제출한 서류에 대한 검증도 이뤄지지 않아 관리 사각지대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 간 정보 공유도 제한돼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20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최근 보증금 횡령 의혹이 불거진 동래구 오피스텔을 관리하던 A업체는 관할 지자체인 인천시에 부실한 서류를 제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A업체와 같은 주택임대관리업체는 관할 지자체에 등록 절차를 거쳐야 한다.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은 A업체처럼 100호 이상의 규모에서 임대관리업을 할 경우 자본금, 전문인력, 사무실 보유 기준을 충족해 지자체에 등록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A업체가 속한 ‘자기관리형 주택임대관리사업자’의 경우 자본금 1억 5000만 원 이상, 변호사 등 자격 요건을 갖춘 관련 업무 종사자 2명 이상, 사무실 보유가 등록 조건이다.

등록 이후에도 주택임대관리업자는 분기마다 자본금, 인력현황, 관리 호수 등 법에 규정된 조건을 충족해 지자체에 보고해야 한다. 서류를 제출받은 지자체는 국토교통부에 보고하게 돼 있다. 부산시도 분기마다 각 구·군의 임대관리업자 현황을 파악해 국토부에 보고한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업체가 제출한 서류의 검증은 전혀 이뤄지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천에 본사를 둔 A업체의 경우 인천시의 관리를 받고 있지만, 지난 분기에 ‘부산시 부산구 오피스텔 180호를 가지고 있다’고 보고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행정구역에 사업장을 보유하고 있다고 신고하는 경우에도 절차가 그대로 통과되는 셈이다. 또한 지자체로부터 자료를 받은 국토부 역시 별도의 서류 검증 절차를 거치지 않아 사실상 관리 사각지대에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부산시 관계자는 “현행법상 업체가 신고한 서류에 대한 진위나 적정 여부에 대해 판단하라는 규정이 없어 받은 자료를 국토부에 보고하는 수준”이라면서 “관할 시행령이나 시행규칙상에 규정이 마련된다면 따로 매뉴얼을 만들어 점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지자체 간 정보공유가 불가능한 탓에 사업장이 어디 있는지조차 제대로 파악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증금 횡령 의혹이 발생한 동래구의 경우 A업체가 인천에 본사를 두고 있다는 이유로 추가 피해 여부를 확인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날 기준 부산에 등록된 임대관리업체는 26곳으로 아직 문제가 불거진 곳은 없지만, A업체의 사례처럼 다른 지자체에 본사를 둔 업체로 인한 피해가 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보증금 횡령 의혹 등 임대관리업체로 인한 피해가 속출하지만 관리·감독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제도를 개선해 지자체가 임대관리업체의 자본금 보유 현황 등을 꼼꼼하게 살펴야 한다고 조언했다. 명안 법률사무소 김헌기 대표 변호사는 “실질적으로 관리가 이뤄지고 있지 않다보니 지금은 업체가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사고를 칠 수 있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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