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정당 현수막, 먼저 철거해야 국민 지지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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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문 법무법인 우람 대표변호사

 바야흐로 정당 현수막이 길거리마다 홍수를 이루고 있다. 그런데 내용을 보고 있노라면 조롱과 비방이 난무하면서 때로는 보기 민망해 아이들이 볼까 염려될 때도 있다. 정당 현수막은 정당으로서는 제작 비용이 비교적 저렴하고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을 단순하고 명료하게 국민에게 전달할 수 있는 홍보 수단이다. 하지만 지금처럼 무분별하게 난립하는 것은 정당을 오히려 외면하게 하고 불신을 키울 수 있다.

 주로 정당 현수막은 선거철에 등장하는 것으로 국민들은 알고 있는데, 지난해 말 선거철이 아닌데도 갑작스럽게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곳이면 어디서나 정당 현수막이 나붙기 시작해 국민 모두를 어리둥절하게 했다. 이것은 지난해 말 ‘옥외광고물 등의 관리와 옥외광고산업 진흥에 관한 법률’(옥외광고물법)이 개정·시행되면서 정당은 신고·허가 필요 없이, 수량·장소 제한 없이 현수막을 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로써 정당들이 앞다투어 교차로 등 잘 보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정당 현수막을 붙이기 시작한 것이다.

 이전에는 정당은 정당법에 따라 ‘자당의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한 입장을 인쇄물·시설물·광고 등을 이용하여’ 홍보할 수 있고, 다만 시설물을 설치할 때는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자치단체장의 허가를 받은 뒤 지정된 게시대에 설치해야 하는 등 일정한 제한이 있었다. 하지만, 정당 활동의 자유와 정책 홍보의 적시성을 보장하자는 취지에서 옥외광고물법이 위와 같이 개정되었다. 그러나 당초의 그 명분과 달리 정당의 일방적 주장이나 특정 대상에 대한 비난·조롱, 개인 홍보 등을 담은 형형색색의 현수막들이 길거리마다 난립하기 시작하면서, 도시의 풍경은 완전히 바뀌게 되었다.

 이처럼 정당 현수막이 난립하게 되면서 그 내용이 조롱이나 비방 등으로 아이들에게 부끄러울 정도로 저열한 것을 차치하더라도, 보행자의 안전은 말할 것도 없고, 주변 차량의 움직임을 볼 수 없게 가로막는 등 차량 통행의 안전을 위협하기도 한다. 또 도시 미관을 크게 해쳐 수많은 민원과 언론의 질책을 받으면서,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는 올해 5월 ‘정당 현수막 설치·관리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시행하고 있다. 국회에서도 최근까지 ‘옥외광고물법’의 개정을 위한 입법 발의가 되기도 했다.

 행정안전부 가이드라인의 주요 내용은 △어린이·노인·장애인 보호구역 내 설치 금지 △보행자가 통행하거나 차량 운전자의 시야를 방해할 우려가 있는 곳은 끈의 가장 낮은 부분이 2m 이상이 되도록 설치 △표시 방법이나 설치를 위반한 경우 해당 지방자치단체에서 철거 가능 등이다.

 그런데 주무 부처인 행정안전부와 국회의 위와 같은 노력에도 현재까지 별다른 성과 없이 오늘도 어제와 마찬가지로 정당 현수막은 도시 곳곳에 사람들의 왕래가 많은 곳이면 어디든지 볼썽사납게 나부끼고 있다. 행정안전부에서 제시한 ‘가이드라인’이라는 것은 원래 설치나 관리에 한정되는 것이라서 현재의 정당 현수막 난립으로 인한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없는 한계가 있음이 분명하다.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들이 정당 현수막으로 인하여 겪고 있는 고통을 모를 리 없고 정치권이 마음만 먹으면 쉽게 바꿀 수 있는 것임에도 ‘옥외광고물법’의 개정이 쉽게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무슨 연유일까. ‘모두의 책임은 어느 누구의 책임이 아니다’라는 글귀처럼, 여당과 야당 모두의 책임, 즉 정치권 전체의 책임 때문이 아닐까.

 여당과 야당에 동시에 제안해 본다. 먼저 ‘우리 당은 지금 이 순간부터 정당 현수막을 걸지 않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건 다음, 지금 길거리마다 걸려있는 현수막을 앞장서서 철거해 보라. 그러면 곧바로 그 정당은 여당이든 야당이든 국민의 열렬한 지지를 받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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