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보호자’ 김남길 “배우로서 사회적 책임 느껴요”
괴짜 같은 해결사 ‘우진’ 역할
결핍과 트라우마 가진 인물
“공포·천진난만함 표현 노력
정우성 감독 디렉션 명쾌해”
“배우의 사회적 책임감 생각”
배우 김남길은 흰 도화지 같다. 색과 선을 골라 섬세하게 붓질하면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 된다. 지난 15일 개봉한 영화 ‘보호자’에서도 그의 활약은 빛난다. 자칫 무거울 수 있는 작품의 온도를 맞추고, 캐릭터 사이에서 균형을 잡는다. 김남길과 서울 종로구 안국동의 한 카페에서 만나 연기와 사람, 사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김남길이 이 작품에서 연기한 ‘우진’은 괴짜 같은 해결사다. 아이 같이 천진난만함을 보이다가도 깊은 생각에 잠기거나 저돌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사람을 대할 땐 피도 눈물도 없지만, 상대가 동물일 땐 말이 달라진다. 강아지를 누구보다 아끼고, 집을 나올 땐 키우던 금붕어까지 야무지게 챙겨오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다. 러닝타임 동안 스크린을 누비는 그의 모습을 보면 마치 인기 애니메이션 ‘포켓몬스터’의 로켓단이 떠오른다.
김남길은 그런 우진을 “본능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결핍과 트라우마를 가진 우진이 불확실한 것에서 오는 공포와 천진난만함을 표현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김남길은 “연기할 때 멋있어 보이려고 하면 더 멋이 없어진다”면서 “캐릭터에 힘을 빼고 연기에 집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멋있는 역할만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건 배우로서 좋은 마음가짐이 아닌 것 같아요. 역할의 비중도 마찬가지죠. 조연을 한다고 배우가 작아지는 건 아니잖아요. 커리어에 타격을 받는 것도 아니고요.”
이 작품은 배우 정우성의 장편 감독 데뷔작이다. 김남길은 선배 배우이자 감독인 정우성을 신뢰했고, 그의 선택과 판단을 존중했다. 그는 “영화가 틀에 갇히지 않아서 좋다고 생각했다”며 “한국영화 중에 이렇게 독특한 작품도 있다는 걸 잘 봐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정우성 감독은 선배이자 동료, 연출자였다”고 치켜세웠다. “정우성 감독은 명확한 그림을 그리고 디렉션을 명쾌하게 줬어요. 그런 점이 참 좋았죠. 함께 작품을 만든다는 점도 참 좋았고요. 완성된 영화를 보니 작품이 이야기하는 중요한 가치들도 느낄 수 있었어요.”
영화는 사람보다 물질과 권력이 우선인 오늘의 사회를 간접적으로 비춘다. 작품이 전하는 메시지는 문화예술 비영리 민간단체 ‘길 스토리’를 운영하는 김남길의 가치·철학과 어느 정도 맞닿아 있다. 그는 2012년부터 창작가 후원 캠페인, 서울 옛길 소개 재능 기부, 학대 동물 보호 활동, 말동무 캠페인 등 문화예술을 통해 사회에 선한 영향력을 전하고 있다.
김남길은 “배우가 가진 사회적인 책임감이 있다고 생각한다”며 “더불어 잘사는 사회와 그 가치를 생각하게 된다”고 힘줘 말했다. 그는 “문화 콘텐츠를 하는 사람은 대중에게 받은 사랑을 올바르게 돌려줘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사람들의 이야기를 많이 듣고, 속담을 보면서 답을 찾아가려고 한다”고 했다.
배우로서 도전도 멈추지 않는다. 차기작은 드라마 ‘도적:칼의 소리’다. MBC 로드 다큐멘터리 ‘뭐라도 남기리’로도 시청자를 찾는다. 김남길은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로드 다큐”라며 “길에서 만난 사람들과 나눈 대화를 거창하지 않게 담아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여러 도전을 계속하고 싶어요. 저의 다음 영화와 캐릭터를 기대해주면 좋겠어요. 제가 하는 작품을 좋아해 주면 그 자체로 힘이 됩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