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말라 죽은 벚나무’ 미국흰불나방 확산 우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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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사천시·광주·천안·담양 등 곳곳서 발견
사천 국도3호선 벚나무 변색·잎도 떨어져
고온다습 날씨로 폭증…지자체 방제 고심

경남 사천시 국도3호선 벚나무 가로수 모습. 중간 중간 벚나무들이 고사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경남 사천시 국도3호선 벚나무 가로수 모습. 중간 중간 벚나무들이 고사하고 있다. 김현우 기자

경남 사천시 국도변의 벚나무들이 갑자기 하나 둘 고사하기 시작했다. 사천 뿐만이 아니라 광주와 천안 등 전국 곳곳에서 비슷한 상황이 동시에 일어나고 있다. 범인은 미국흰불나방 유충인데, 고온 다습한 날씨 탓에 최근 개체 수가 급증한 것으로 파악된다.

21일 사천시와 주민들에 따르면 최근 사남면 국도 3호선 도로변 벚나무가 잇따라 고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창 푸릇푸릇해야 할 벚나무가 마치 단풍이 든 듯 갈색으로 변했고 잎도 대다수 떨어졌다. 자세히 보면 나뭇잎들은 온통 파 먹혀 구멍이 숭숭 났다.

특히 일부 구간은 벚나무들의 피해가 심각해 하루가 다르게 고사하는 나무가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벚나무가 단풍이 든 듯 색이 변했고 잎도 많이 떨어졌다. 김현우 기자 벚나무가 단풍이 든 듯 색이 변했고 잎도 많이 떨어졌다. 김현우 기자

원인으로 지목된 미국흰불나방은 1960년대 외국에서 수입목재를 들여오면서 이를 통해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

벚나무와 감나무, 단풍나무, 버즘나무 등 활엽수 200여 종의 잎을 갉아 먹고 마지막에는 나무를 고사시키는 해충이다.

유충이 어릴 때는 집단으로 모여서 갉아 먹다가 어느 정도 성장한 이후에는 넓게 퍼져 잎맥을 제외한 잎 전체를 갉아 먹는다.

국내 유입 이후 해마다 전국 곳곳에서 조금씩 발견되고 있지만 올해는 발생 범위나 규모가 꽤 큰 편이다.

사천을 비롯해 광주광역시, 충남 천안·서산시, 전남 담양·영암군 등 전국 곳곳에서 미국흰불나방이 확인되고 있다.

경남도농업기술원 환경농업연구과 이석민 연구사는 “올 여름은 긴 장마에 이어 태풍까지 발생하면서 매우 습하고 높은 기온이 이어지고 있다. 외래해충이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만들어진 건데, 이 때문에 미국흰불나방이 급증한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미국흰불나방 유충이 나뭇잎을 갉아먹고 있다. 김현우 기자 미국흰불나방 유충이 나뭇잎을 갉아먹고 있다. 김현우 기자

더 큰 문제는 앞으로다. 미국흰불나방은 보통 1년에 두 번 발생하는데 5~6월쯤에는 관리가 어려운 야산지역에서 활동을 시작하고 7~8월쯤 두번째 부화기에 가로수와 농작물까지 퍼지는 경우가 많다. 특히 사천 사남면과 인근 정동면의 경우 단감 농가가 몰려 있는 지역이다.

벚나무 고사는 둘째 치고 주변으로 확산될 경우 농민 피해도 우려된다.

경남산림환경연구원 김현정 병해충연구팀장은 “야산지역은 원래 방제가 쉽지 않다. 여기에 덥고 습한 날씨가 형성되면서 미국흰불나방이 확산됐는데, 이 시기에 야산에서 농경지를 오가며 큰 피해를 입힌다. 확산되기 전 집중 방제가 필수”라고 말했다.


미국흰불나방은 활엽수 200여 종의 잎을 갉아 먹고 고사 시키는데, 감나무 등 과실나무의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김현우 기자 미국흰불나방은 활엽수 200여 종의 잎을 갉아 먹고 고사 시키는데, 감나무 등 과실나무의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김현우 기자

게다가 나방은 사람의 피부에 닿을 경우 피부병이나 각막염 등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어 주민들의 주의도 요구된다.

사천을 비롯해 미국흰불나방 발생지역들은 현재 방제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사남면의 한 농민은 “무더위와 장마, 태풍을 겨우 이겨냈다. 여기서 병해충까지 오면 농민들로선 답이 없다. 제발 별다른 문제 없이 넘어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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