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꼭대기에 짓는 대연동 ‘뉴스테이’, 지반 약해 붕괴 위험”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피해 우려 인근 주민들 반대 집회
“지금도 비 오면 물난리 걱정인데”
제대로 된 공청회 누락도 맹비난
부산시, 건설 통합심의위 연기
“내부 검토 과정서 보완점 발견”
녹지 용도변경 대가 공공기여분
“사업자 제출안 실효성 낮아” 비판

21일 오후 1시께 부산시청 앞에서 대연지구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건립 예정지 인근 아파트 주민 45명이 참여한 건립 반대 집회가 열렸다. 독자 제공 21일 오후 1시께 부산시청 앞에서 대연지구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건립 예정지 인근 아파트 주민 45명이 참여한 건립 반대 집회가 열렸다. 독자 제공

부산 남구 대연동에 환경 훼손 논란을 빚었던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구 뉴스테이)’ 사업이 다시 추진돼 논란이 인다. 인근 주민들은 지반이 약해 붕괴 위험성이 있다며 아파트 건설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부산시는 21일 A업체가 신청한 남구 대연지구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건설을 위한 통합심의위원회를 연기한다고 밝혔다. 남구 대연동 산199번지 일원에 지하 3층, 지상 19층 규모로 계획된 대연지구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엔 1537세대의 입주가 가능하다. 통합심의를 통과하면 사업승인과 인허가 절차를 거쳐 착공에 들어가게 된다. 시는 “당초 21일 오후 2시로 예정됐는데, 내부 검토 과정에서 보완점이 발견됐다”며 통합심의위원회 연기 사유를 설명했다.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사업은 공공성을 강화해 청년 등 무주택자 주거 안정에 도움을 주는 것을 목적으로 하는 사업이다. 10년간 의무 임대 조건으로 초기 임대료는 시세의 95% 미만, 특별공급은 시세의 85%로 공급하고 임대료 상승은 연 5% 이내로 제한한다.

부산에선 2016년부터 △남구 대연지구 △북구 만덕지구 △동래구 명장지구 △영도구 동삼지구 △연제구 연산지구의 5개 지역에서 사업을 추진했다. 이후 2018년 10월 민간주택 특별법에 의해 뉴스테이는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으로 이름을 바꾸고 공공성 등을 강화했다.

남구 대연지구의 경우 2018년 1월 해당 부지에 지정 고시가 이뤄지면서 사업이 본격적으로 시행됐으나, 토지 소유자인 국방부의 동의 등의 과정에서 사업이 상당부분 지연됐다. 특히 자연녹지지역에서 아파트를 건설하기 위해선 제2종일반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 변경이 필요하다 보니, 환경훼손과 특혜 논란 등이 잇달아 제기돼 걸림돌로 작용됐다.

시가 자연녹지를 용도변경하는 데 따른 이익을 환수하는 차원에서 공공기여를 요구했으나,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사업자가 제출한 공공기여안을 살펴보면 전체 부지의 약 30%를 도로, 공원, 주차장, 녹지 등으로 조성해 시에 기부채납한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인근 주민들은 “도로는 해당 아파트단지 진입을 위해 사업시행자가 반드시 개설해야 하며 공원, 주차장은 접근성이 떨어져 인근 주민 이용이 사실상 불가하다”며 “이들 시설은 기부채납의 본래 취지에 벗어난다”고 말했다.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사업이 재개되는 것에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다. 지반이 약한 산꼭대기에 아파트가 지어지면 그 밑의 주민들은 붕괴 위험을 안고 살아가야 한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21일 오후 1시께 부산시청 앞에선 대연지구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건립 예정지 인근 아파트 주민 45명이 참여한 건립 반대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집회에 참여한 김노섭 신대연코오롱하늘채 입주자대표회장은 “지금도 비가 오면 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지는 상황인데, 아파트 건설을 위해 빗물을 흡수하는 흙 대신 포장도로가 생긴다면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것”이라며 “이처럼 주민들의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는 사업인데 제대로 된 공청회가 없어 주민들은 지난주 처음 아파트 건설 사실을 알게 됐다”고 비판했다.

남구 대연지구 외에 다른 공공지원 민간임대주택 건설 사업도 자연녹지를 용도변경하면서 비슷한 논란이 제기됐다. 만덕지구의 경우 시가 당시 동방주택 사장에게 특혜를 줘 해당 부지가 주거용도로 부당하게 지정된 것이 감사원 감사를 통해 밝혀진 바 있다.

또 최고 30층 높이의 아파트가 들어서게 될 만덕지구의 하부에는 만덕3터널 도로건설 공사가 계획돼 있어 안전 문제가 심각하게 제기되는 등 뉴스테이 사업 당시 논란을 빚어온 바 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