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교생 21명…폐교 위기 고성 삼산초등 살리기 지역사회 맞손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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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 교육청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 선정
군·주민·학교·LH 손잡고 집·일자리 제공
임대주택 용지 매입 난항에 백지화 위기
군 전면에 나서 3개월만 매입 계약 완료
지역 소멸 위기 대응 새 해법 될까 주목

고성군 삼산면 삼산초등학교. 고성군 제공 고성군 삼산면 삼산초등학교. 고성군 제공

농촌 고령화와 인구 유출로 학생 수가 급감해 폐교 위기에 처한 경남 고성군의 한 시골 초등학교를 지키려 지역사회가 뭉쳤다. ‘학교가 살아야 마을도 산다’는 인식에 공감해 행정과 교육기관 그리고 지역민이 손잡고 전학생 가정의 안정적 정착을 도울 집과 일자리를 제공하기로 했다.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할 새로운 해법이 될지 주목된다.

고성군은 삼산면 삼산초등학교를 대상으로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을 본격화한다고 22일 밝혔다. 이 사업은 학생이 줄어 폐교나 통폐합 위기에 처한 농어촌지역 소규모 학교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프로젝트다.

삼산초등은 1931년 문을 연 공립학교다. 올해까지 졸업생 3452명(88회)을 배출했다. 고성읍과 가까워 귀농·귀촌 인구는 꾸준히 늘고 있지만, 정작 청장년 인구가 줄면서 재학생도 급감했다. 올해 4월 기준 총 학생 수는 21명(남자 14명, 여자 7명)에 불과하다. 학급 수는 1~6학년을 합쳐 5개다. 1~2학년은 통합교실에서 수업한다. 심지어 3학년은 남학생 1명이 전부다. 교육청의 작은 학교 분류 기준인 60명의 절반 수준이다. 이대로는 통폐합에 따른 폐교가 불가피하다.

이에 지역사회가 팔을 걷어붙였다. 학교는 단순 교육 시설이 아닌, 출생·인구·경제·마을공동체 형성에 꼭 필요한 공간이라는 공감대가 형성된 덕분이다. 학교가 없어진다는 건 곧 마을과 지역이 사라지는 것이란 위기감도 컸다.

손을 맞잡은 군과 주민, 학교는 지난해 경남교육청 주관 ‘작은 학교 살리기 사업’ 공모에 도전, 사업비 34억 4600만 원을 확보했다. 교육청과 도·군이 각각 5억 원을 부담하고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19억 4600만 원을 보탠다.

관건은 학생과 학부모 유입과 정착을 독려할 교육환경 조성과 의식주 해결이다. 이를 위해 LH가 임대주택 10호와 커뮤니티센터 1동을 확보해 신입생과 전학생 가정에 제공한다. 민간사업자가 토지매입부터 주택 건설까지 완료하면 LH가 매입, 임대주택으로 공급하는 방식이다.

고성군은 정주 여건 개선, 임대용 빈집 정비 지원 사업을 병행한다. 특히 도심에 비해 주변 생활 편의시설과 일자리가 부족한 만큼 농업기술센터와 연계한 귀농·귀촌 지원과 지역 기업체 취업 알선 등의 혜택도 제공한다.

학교와 교육청은 무상 교육을 기본으로 작은 학교의 장점을 살린 체험·놀이 교실, 도예·다도, 학생·학부모 밴드 활동 등 특색 교육과정을 신설, 운영한다. 여기에 방과 후 교육을 강화해 교육의 질을 높이고 지자체와 연계한 연중·저녁돌봄교실 그리고 병설유치원-초등학교-중학교 연계 진학도 지원하기로 했다.


고성 삼산초등학교 살리기 사업의 핵심인 LH 공공임대주택 조감도. 고성군 제공 고성 삼산초등학교 살리기 사업의 핵심인 LH 공공임대주택 조감도. 고성군 제공

그런데 첫 단추가 어긋나면서 1년 넘게 지지부진했다. 임대주택 편입 대상 부지 6필지(3455㎡) 중 3필지가 미상속 상태라 매입이 여의찮았기 때문이다. 상속대상자가 대부분 관외 거주자인 데다, 상속자 간 이견도 컸다. 특히 중앙 부지 79㎡는 상속인 9명 중 6명이 사망해 상속 대상이 손‧자녀까지 확대되면서 협의 대상이 24명으로 늘었다. 결국 용지 확보에 나섰던 민간사업자는 백기를 들었다. LH도 대체 용지가 없다면 사업을 포기하는 게 낫다고 했다.

그러자 고성군이 전면에 나섰다. 군은 필지별 대표를 선정해 상속‧매입 절차를 지원했다. 지역에 사는 지인이나 친‧인척, 동창들에겐 사업 필요성과 추진 의지를 담은 공문을 보내 도움을 구했다. 명절 등을 맞아 상속인들이 고성을 찾으면 직접 만나 협조를 요청했다. 그렇게 꼬박 3개월을 설득한 끝에 지난 6월 말 6필지 토지 매매 계약을 완료했다. 공모 선정 1년 4개월 만에 첫 삽을 뜰 수 있게 된 것이다.

이상근 고성군수는 “모두의 바람의 뜻이 모여 가능했다”면서 “아이 교육 측면에선 번잡한 도시의 큰 학교보다 시골의 작은 학교가 갖는 장점도 많다. 사업이 성공적으로 완성되도록 마지막까지 돕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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