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다운 것이란?’ 서커스 로봇의 질문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부산닷컴 기사퍼가기

박철호 개인전 27일까지
부산 중구 오픈스페이스 배
‘철완 아톰’ 서커스 편 각색
로봇서커스단 이야기 만들어

박철호 개인전 ‘아토믹 보이:지상 최근의 쇼’ 전시 전경. 오픈스페이스 배 제공 박철호 개인전 ‘아토믹 보이:지상 최근의 쇼’ 전시 전경. 오픈스페이스 배 제공

서커스 전용 로봇 ‘아톰찬차이시리’는 인기가 없다. 실수 없이 안전한 기술을 시도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로봇의 목표는 ‘메인 기술에서 실수를 해서 인정 받는 것’이다. 로봇에게 실수는 존재 자체의 실패 즉 죽음을 의미한다. 실수를 꿈꾸던 아톰찬차이시리는 결국 링에서 떨어지고 기쁘게 죽음을 맞이한다.

박철호 개인전 ‘아토믹 보이:지상 최근의 쇼’가 오는 부산 중구 오픈스페이스 배에서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 작가는 일본 만화가 데즈카 오사무의 ‘철완 아톰’ 서커스 편을 각색해서 로봇 서커스단이라는 새로운 이야기를 만들었다. 작가는 인간의 삶 깊숙이 들어온 인공지능의 기술적 문제를 옛날 만화에서 찾아냈다.

박 작가는 작업을 할 때 세계관을 만드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전시장 1층에는 로봇 서커스단의 연보가 소개된다. 2057년 신종교전쟁 참전용사 지원사업으로 국가가 로봇서커스단을 창단에서 2075년 ‘성장 묘기’ 단원 써밋의 방화 사건으로 서커스장이 전소되는 사건까지 전시 전체 흐름을 보여준다. 입구의 ‘불량품’ 로봇을 비롯해 기술 발전으로 도래한 환경 문제를 다룬 ‘양봉 로봇’ 등이 소개된다.

로봇 심장 이식 수술 장면을 설치 작품으로 표현했다. 오픈스페이스 배 제공 로봇 심장 이식 수술 장면을 설치 작품으로 표현했다. 오픈스페이스 배 제공

죽은 아톰찬차이시리의 심장은 새 로봇 써밋에게 이식된다. 사람들은 실생활에서 활용되는 로봇에게는 완벽함을 요구하지만 재미로 보는 서커스 로봇에게는 다른 태도를 취한다. 우울증을 앓는 로봇, 머리카락이 자라는 로봇, 키가 크는 로봇 등 인간다운 모습을 보일 때 더 환호한다. 폐기되지 않기 위해 로봇 써밋은 ‘가장 인간다운 것이 무엇일까’를 고민하고, 최종 무대에서 그것을 실현한다.

박철호 작가 작품이 오픈스페이스 배 건너편에 위치한 안녕 예술가 공간에 전시되어 있다. 폐 캔버스를 활용한 작품이다. 오금아 기자 박철호 작가 작품이 오픈스페이스 배 건너편에 위치한 안녕 예술가 공간에 전시되어 있다. 폐 캔버스를 활용한 작품이다. 오금아 기자

박 작가는 전시된 모든 작품에 버려진 물건을 사용했다. 실제로 박 작가는 직업으로서 폐기물을 수집·판매하는 일을 한다. 폐스티로폼을 녹여서 만든 스티로폼 잉고트, 다른 작가에게서 받은 폐캔버스 등이 작품에 적극 활용된다. 오픈스페이스 배 1층과 4층, 길 건너에 위치한 안녕 예술가에 전시된 작품을 모두 감상한 후 5층에서 ‘묘기’ ‘피와 기름’ 두 영상 작품을 보면 로봇 서커스단의 전체 이야기를 파악할 수 있다.

박 작가의 영상 작업에는 픽셀 드로잉으로 자신만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는 픽셀킴(김현우) 작가가 참여했다. ‘아토믹 보이:지상 최근의 쇼’는 오는 27일까지 진행된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당신을 위한 AI 추천 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