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글학자 이극로 생가 보존·활용해야”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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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탄생 130돌 기념
‘한글 새소식' 특집 게재

이극로 선생. 부산일보 DB 이극로 선생. 부산일보 DB

8월 28일은 한글학자 이극로(1893~1978)의 탄생 130돌을 맞는 날이다. 한글학회가 발간하는 ‘한글 새소식’ 612호(2023년 8월)는 ‘이극로 선생 나신 130돌’이란 특집을 꾸며 4편의 글을 실었다. 경남 의령군 지정면에 있는 생가의 체계적 보존 활용이 과제라는 점이 눈에 띈다.

이극로는 의령군 출신으로 그의 한글 연구는 독립운동 길에서 이뤄졌다. 1912년 독립군이 되고자 만주로 넘어가 ‘독립운동학교’인 동창·백산·동제학교를 옮겨 다녔다. 레닌을 만나러 나선 이동휘의 러시아 모스크바행에 따라나섰다가 독일로 넘어가 프리드리히-빌헬름대학(현 훔볼트대학)에서 1927년 경제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주목되는 것은 1923년 독일 최초로 모교 동양어학과에 조선어 강좌를 개설해 유럽인들에게 3년 동안 한국어를 가르쳤다는 것이다. 조준희 <이극로 전집>(전4권) 편자는 “독일 최초의 조선어 강좌 개설 100돌 잊지 말자”고 말한다.

이극로는 1929년 귀국해 조선어학회와 한글 운동에 헌신했다. 이극로 종손자인 이승철 경남대 교수는 “이극로 박사님은 1937년 세종대왕 어필을 발견해 당대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고 소개한다. 세종의 친필은 ‘가전충효 세수인경(家傳忠孝 世守仁敬)’ 반듯한 8자로 ‘집에서는 충효를 전하고, 세상에서는 인경을 지켜라’라는 뜻이다.

이극로는 1928년 5월 한 달간 파리대학에서 하루 6시간씩 우리말 발음에 관한 실험을 했다. 이호영 서울대 교수는 “이극로의 육성 자료가 레코드 2장에 담겨 있다”며 “2011년 프랑스국립도서관이 파일로 전환해 누리집에 공개한 자료에 들어 있다”고 소개한다. 육성 자료의 내용은 ‘조선어 문자와 말소리’ ‘조선어 말소리’ ‘사람이 신이다:천도교리 발훼문’으로 녹음상태가 매우 좋으며, 20세기 초반 서부 경남 방언 자료로 활용할 수 있다고도 한다.

장조카가 보관하던 이극로의 저서 <고투 40년>(필사본)은 현재 마산문학관에 보관돼 있다. 평론가 차민기는 시급한 과제를 말한다. 그는 “의령군 지정면 두곡리, 오래 묵은 그의 고향 땅 생가에 그의 이름 석 자가 번듯하게 내걸려 온전히 반짝일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적었다. 생가의 온전한 활용이 이뤄져야 한다는 것이다.


최학림 선임기자 theo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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