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일 원전 오염수 방류 결정 “역사가 심판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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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국 우려 아랑곳없이 24일부터 시작
이후 사태 모든 책임 일본 정부가 져야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반대 부산운동본부 소속 시민들이 22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후쿠시마 핵오염수 투기반대 부산운동본부 소속 시민들이 22일 오후 부산 동구 일본영사관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일본 정부가 22일 각료회의를 열어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오염수 해양 방류를 24일부터 시작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2021년 4월 스가 요시히데 당시 총리가 해양 방류 방식을 공식 결정한 지 2년 4개월 만이다. 이에 따라 후쿠시마 원전 운영사인 도쿄전력은 다핵종제거설비(ALPS)를 거쳐 탱크에 보관된 오염수를 바닷물에 희석해 해저터널로 방류한다. 후쿠시마 제1원전의 오염수 총량은 올해 6월 말 기준 134만t인데 해양 방류는 약 30년 동안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방류는 사고 원전에서 오염수를 정화해 배출하는 사상 첫 사례다. 향후 이로 인해 일어날 사태의 모든 책임은 전적으로 일본 정부에 있다.

오염수를 ALPS로 걸러내고 못 걸러낸 삼중수소는 바닷물로 40배 희석하면 위험하지 않다는 게 일본의 주장이다. 하지만 위험성도 그렇고 안전성도 그렇고 확실하게 검증된 바는 없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국제사회가 여전히 우려를 씻지 못하는 이유다. 심지어 일본 안에서도 반대 여론이 41%에 달한다. 그렇다면 일본이 국제사회에 신뢰를 보여 줄 최소한의 도리는 다른 데 있지 않다. 철저한 점검과 감시 과정을 투명하게 공유하는 것이다. 30년간 계획대로 오작동 없이 가동되고 있는지 모든 과정이 낱낱이 공개돼야 한다. 방사능 농도 증가 등 방류 계획과 한 치의 어긋남이라도 있다면 즉각 방류 중단이 이뤄져야 함은 물론이다.

그동안 우리 정부는 소극적 대응으로 국민을 안심시킬 대책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책임이 크다. 국내에서 70%에 달하는 반대 여론이 이를 잘 보여 준다. 정부는 22일 브리핑을 통해 “일본의 오염수 방류를 찬성 또는 지지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분명히 밝힌다”고 했다. 이를 증명하려면 이후 발생할 문제의 모든 책임은 일본에 있다는 입장을 명확히 전달해야 한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제사회와 연대해 약속대로 방류 계획을 이행하는지 철저하게 검증하고 감시하는 것이다. 방류 점검 과정에 우리 쪽 전문가의 참여를 관철하고 일본의 성의 있는 대책을 끌어낼 필요가 있다. 국민이 안심할 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뜻이다.

일본의 오염수 방류 계획이 과학적으로 전 세계의 안전을 보장할 수준인지는 알 길이 없다. 다만 일본은 국제정치의 영역에서 원하는 바를 끌어낸 것으로 보인다. 전격적인 방류 시점 발표는 치밀한 전략과 준비로 국제적 여론과 과학적 연구 결과를 자신에 유리한 쪽으로 이끈 결과라서다. 하지만 일본은 지금 자국민의 반대까지 무릅쓰면서 돌아오지 못할 강을 건너고 있다. 오염수 방류라는 무모한 실험이 세계사에 또 하나의 오점을 찍게 될지는 결국 역사가 심판하게 될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이에 무기력하거나 심지어 일본 정부에 편승하는 모습을 보인 우리 정부도 결코 예외가 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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