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민주당 또다시 ‘이재명 방탄’ 움직임 국민은 개탄
내달 영장 가능성에 또 “부결” 목소리
국민 피로감, 이 대표 입장 표명 필요
검찰이 성남 백현동 개발 특혜와 쌍방울 그룹 대북 송금 의혹을 묶어 내달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가능성이 커지자, 민주당 내에서 또 체포안 부결 얘기가 나온다. 이 대표가 네 번째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다음 날 친명계 박찬대 최고위원은 “체포동의안 표결 시 당당하게 부결표를 던지겠다”고 말했다. 같은 당 민형배 의원도 “투표를 거부하면 된다”며 거들었다. 친명계가 ‘이재명 방탄’에 다시 불을 지피는 모양새다. 이 대표는 “영장을 청구하면 제 발로 출석해 심사받겠다”고 했는데, 최측근은 부결표를 던지겠다고 한다. 민주당이 정말 국민을 어리보기로 여겨 장난하는 것인지 의아하다.
검찰 수사에 정치적인 계산이 있다는 민주당의 의구심과 비판은 이해할 만한 측면이 있다손 치더라도, 그동안 민주당은 국회의원의 불체포 특권 포기를 놓고 너무나 자주 국민들을 우롱했다. 여기엔 이 대표의 책임이 매우 크다. 지난 대선 당시 공약한 특권 포기는 대장동 비리 의혹에 대한 구속영장 청구 때 이미 허언이 됐다. 체포동의안 부결 이후 비난 여론이 거세자, 이 대표는 재차 특권 포기를 선언했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기에 ‘정당한 영장 청구’라는 조건을 달아 국민의 불쾌지수를 높였고, 이어 혁신위의 특권 포기 서약 요구도 거부했다. 167석의 최대 정당이 ‘불체포 특권’이라는 공을 갖고 혼자 깨춤을 추듯 한다.
이런 판에 또다시 이재명 방탄이 제기됐다. 국민은 지겨운 기색이 역력하다. 민주당이 노리는 정치적 이익이 뭔지도 분명하지 않다. 과반의 의석수를 차지하는 제1당이 나라 안팎의 시급한 현안엔 집중하지 않고, 오직 당 대표의 방탄에만 골몰하는 모습은 그 자체로 국력과 정치력의 낭비다. “또 방탄 쇼”라며 비난하는 국민의힘은 차치하고, 민주당 내에서도 “국민 인내심을 시험한다”는 비판이 터져 나오는 판이다. 같은 당 의원마저 이럴진대 국민은 이미 그럴 실망감마저 거의 바닥난 상태다. 민주당이 차마 특권을 내려놓지 못하겠다면 차라리 이를 당당하게 말하는 용기라도 보고 싶은 것이 지금 국민의 심정이다.
결국 이재명 대표가 결단해야 한다.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려는 의사가 있다면 부결표를 던지겠다는 최측근부터 크게 꾸짖어야 마땅하다. 본인의 생각을 분명하게 밝힐 필요가 있다. 어중간하게 숨어서는 민주당 내 분란만 더 심해질 뿐이다. 이렇게 해서 민주당이 절체절명의 위기로 빠져드는 것은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민은 물론이고 상대편인 국민의힘도 마찬가지다. 검찰 수사를 비판하는 것과 불체포 특권을 연결 짓는 것은 옳지 않다. 회기 중이든, 아니든 지금은 이 대표의 비상한 결단만이 민주당의 내일을 기약할 수 있다. 불체포 특권 포기 문제로 국민에게 피로감을 주는 행태는 이제 끝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