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서객 대신 불청객 해초만…” 비바람에 떠내려간 부산 해수욕장 여름 특수
작년보다 방문객 280만 명 줄어
궂은 날씨에다 관광객 해외 유출
해초 수거량은 지난해보다 6배↑
이달 말 폐장을 앞둔 부산의 각 해수욕장에서 막바지 피서객 맞이가 한창이다. 상인들은 코로나19 팬데믹 종료 선언 후 첫 휴가철을 맞아 ‘여름 특수’를 기대했지만, 해수욕장 방문객은 집중호우와 태풍의 영향 탓에 지난해보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해초를 포함한 바다 쓰레기는 크게 늘어 상인의 시름을 더했다.
지난 21일 오후 8시께 부산 수영구 광안리해수욕장. 휴가철을 맞아 한창 관광객으로 붐벼야 할 시간이지만 백사장 일대는 한산했다. 평소 사람으로 가득하던 해안가 인근 도로는 조용한 모습이었다. 백사장에서 진행되는 버스킹 공연을 관람하는 시민도 10여 명에 불과했다. 광안리 바다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남길 수 있어 항상 길게 줄이 늘어섰던 포토존에도 사람이 많지 않았다.
22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올해 부산의 각 해수욕장을 찾은 방문객은 지난해에 비해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해수욕장 부분 개장이 이뤄진 지난 6월부터 21일까지 해수욕장을 찾은 방문객은 1607만 9885명으로 지난해 1888만 70명에 비해 280만 명가량 줄었다. 장마 기간에 집중호우가 쏟아지고 태풍이 상륙하는 등 궂은 날씨가 이어진 탓에 해수욕장을 찾은 방문객이 줄어든 것이다. 이 밖에 코로나19 이후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면서 여행객들이 다른 나라를 찾은 경향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됐다. 각 지자체는 오는 31일까지 해수욕장을 운영할 예정이지만 방문객 수는 지난해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동래구에 사는 이 모(32) 씨는 “매년 여름이 되면 친구들이 부산 바다를 찾아오곤 했지만 이번 여름에는 일본과 강원도 양양군이 인기를 끌었다”면서 “바다 하면 부산이 제일 먼저 떠올랐는데 지금은 풀빌라나 물놀이장에서 물놀이를 하는 사람도 많아졌다. 예전과는 분위기가 달라진 것 같다”고 말했다.
해수욕장을 찾는 이들이 줄어드는 바람에 코로나19 완화 이후의 첫 대목을 기대했던 상인들은 어려움을 호소한다. 광안리해수욕장 근처에서 30년째 중국음식점을 운영하는 장성협(63) 씨는 “장사를 오래 하면서 코로나19 때가 가장 힘들었는데 아직 매출은 그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며 “성수기 한 달 매출이 작년에 비해 500만 원가량 줄었다. 10% 정도 줄어든 수치”라고 안타까워했다.
막창가게를 운영하는 유광태(28) 씨는 “이곳은 핵심 상권인데도 유동 인구가 작년보다 줄었다”며 “코로나가 끝나고 엔화 가격이 내려가 일본 같은 해외로 여행을 떠나는 이들이 많아 광안리는 한산하다”고 아쉬워했다.
휴가철에 들이닥친 태풍과 집중호우에 한숨을 내쉬는 상인도 있었다. 카페와 맥주가게를 운영하는 이석재(36) 씨는 “한창 대목에 태풍, 집중호우가 닥쳐 철을 놓쳐버렸다”며 “그나마 드론쇼 등 공연이 있을 때 관광객이 많이 찾았는데 최근 드론쇼 사고 등으로 찾는 이가 줄었다. 요즘은 광안리 일대가 조용하다”고 말했다.
이렇듯 방문객 수는 지난해에 비해 줄었지만 태풍 영향 등으로 바닷가로 떠내려온 해초 같은 해상 쓰레기는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운대구 해운대해수욕장, 송정해수욕장의 경우 지난해에는 41t가량의 해초를 수거했지만 올해는 234.4t을 수거해 양이 6배에 육박했다. 광안리해수욕장의 쓰레기 발생량도 지난해 52t에서 올해 371t으로 크게 늘었다. 태풍 ‘카눈’의 영향으로 해초와 부유물이 해안가로 떠내려오는 바람에 광안리해수욕장에서는 지난 9~12일 사흘간 입수금지 조치가 내려지기도 했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 ,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