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비과학적 주장은 안 돼
민광식 전 국립수산과학원 수산생명과학본부장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로 인한 국민적 논란이 뜨겁다. 오염수가 실질적으로 인체에 치명적인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는 주장이 있는 반면 무해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필자는 무해할 것이라는 주장에 찬성하는 사람이다. 특히 ‘방사성 핵종의 해양 투기는 국제법 위반이다’ ‘삼중수소가 어류의 몸속에 축적된다’ 등의 주장은 과학적 근거를 무시한 괴담이라고 생각한다.
2011년 3월 11일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 이후 2년간 태평양으로 흘러 들어간 방사성 핵종의 총량은 현재 후쿠시마 오염수에 들어 있는 양보다 1000배 이상 많았던 것으로 추정된다고 한다. 또한 원전 사고 당시 바다 유출 방사능 가운데 가장 위험한 세슘137 총량은 현재 후쿠시마 보관 탱크에 저장된 방사능 양의 2만~3만 배에 달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하지만 2011년 후쿠시마 원전 사고 이후 약 7만 6000여 건의 국내 수산물에 대해 방사능 검사를 실시했으나, 단 1건도 기준치 이상 검출되지 않았다. 우리 바다, 우리 수산물이 ‘과학적으로 안전하다’는 것이 수많은 조사와 분석을 통해 증명된 것이다.
후쿠시마 방류수는 태평양을 한 바퀴 돌아 4~5년 뒤에야 한국 해역에 도착한다. 그때쯤 되면 한국 바닷물의 삼중수소 농도는 기존 농도에서 17만분의 1 정도 추가될 뿐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만일 바닷물이 방류수로 인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오염된다면 후쿠시마를 거친 해류가 한국보다 먼저 도달하는 캐나다, 미국 등이 먼저 반대하고 나서야 한다. 미국의 경우 환경보호청(EPA)과 해양대기청(NOAA)은 일본에서 비롯되는 방사성 핵종은 공중보건상 우려할 만한 위해 수준에 훨씬 못 미친다고 발표했다. 그래서 미국 본토와 하와이·괌·사이판 등 미국령 태평양에 대해 아무런 보호 조치가 필요없다고 설명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이미 2014년 3월 공중보건상 문제가 될 만한 후쿠시마발 방사성 핵종이 미국 식료품 공급망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선언한 바 있다. 캐나다도 2015년에 후쿠시마 원전 사고 영향에 대한 정부 보고서를 통해 인지 가능한 수준의 방사선 수치 변화가 없고, 캐나다 국민의 건강에 우려가 될 만한 것이 없다고 발표했다. 오스트레일리아와 뉴질랜드 정부도 국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만한 수준이라는 입장이다.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가 국민 건강에 위협이 된다며 과학적 근거가 없는 괴담을 퍼뜨려 우리 수산물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고, 수산물 소비가 크게 위축돼 수요 급감을 불렀다고 필자는 생각한다. 한 어업인 단체의 회장은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후쿠시마 오염수에 대한 정치인들 간 싸움에 어업인들만 죽어나고 있다”며 “오염수 방류를 놓고 정치권을 중심으로 쏟아진 가짜 뉴스와 괴담으로 이미 어업인들 생계는 존폐 위기”라고 호소했다.
정부는 오염수 방류로 횟집 등 수산업 자영업자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생산·유통·소비 단계에서 수산물에 대한 방사능 검사를 확대해 국민을 안심시킬 필요가 있다. 다행히 정부는 이와 관련, 2015년부터 실시해온 해양수산부와 원자력안전위원회의 해양 방사능 모니터링 지점을 92곳에서 200곳으로 대폭 늘린다고 발표했다. 우리 정부의 역할도 매우 중요하다. 정부는 IAEA의 감시와 검증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등 국민 안심에도 힘을 써야 한다. 이미 구축해 놓은 수산물 방사능 감시 체계를 활용해 결과를 국민에게 보다 적극적으로 알려야 한다. 수협 등 어업인 단체도 괴담과 가짜 뉴스 유포자를 찾아내 근거를 확인하고 그 책임을 묻고 여론화하는 게 피해를 최소화하는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된다. 과학적 근거가 없는 잘못된 주장으로 우리나라 수산업이 피해를 보는 일만큼은 꼭 막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