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일동포 쌍둥이 자매의 삶을 그리다
극단 달오름 연극 ‘바람의 소리’
차별 딛고 살아가는 모습 다뤄
재일동포·일본 배우들 무대 올라
4·3 사건을 피해 제주도를 떠났다. 어린 쌍둥이 자매는 바다를 건너 일본에 정착한다. 그들은 모진 차별을 받으며 삶을 이어가고, 애절하게 고향을 그리워한다. 재일동포와 일본 배우들이 그 아픔과 애환을 전달하는 연극이 부산에서 관객을 만난다.
극단 달오름은 오는 25~27일 부산 북구 덕천동 부산북구문화예술회관 공연장에서 연극 ‘바람의 소리’를 무대에 올린다. 재일동포 김창생 작가 소설 ‘바람 목소리’를 각색한 작품으로 일본에서 활동하는 민족 극단이 공연을 펼치기 위해 부산을 찾는다.
연극에서 쌍둥이 자매 ‘설아’와 ‘동아’는 제주 4·3 사건의 광풍을 피해 현해탄을 건넌다. 오사카에 정착해 차별을 딛고 당당히 살아가려고 노력한다. 작품은 그들이 60대가 된 모습까지 다루며 재일동포 2세 이야기까지 알린다.
올해 일본에서 제1회 간사이연극대상 우수작품상을 받은 연극 ‘바람의 소리’는 한국 공연이 처음이다. 극단 달오름은 지난해 부산 공연을 제안받았고, 배우와 스태프 모두 준비에 매진했다. 기왕이면 제대로 보여주자는 생각에 앞서 선보인 연극 ‘땅끝에 피는 꽃을 위하여’와 ‘땅끝에 우는 새들’을 재구성해 하나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새롭게 탄생한 작품이 ‘바람의 소리’다.
2005년 일본 오사카에서 시작된 극단 달오름은 그동안 재일동포 등을 주제로 많은 작품을 만들어왔다. 1980년대 말부터 시작된 치마저고리 칼질 사건을 그린 ‘치마저고리’, 강제 철거에 내몰렸던 재일동포 거주지를 다룬 ‘우토로’ 등을 무대에 올렸다.
이번 작품 연출은 재일동포인 극단 달오름 김민수 대표가 맡았다. 영화 ‘귀향’과 ‘차별’ 등에 출연한 강하나 배우가 ‘설아’를 연기한다. 그를 포함해 8세부터 75세까지 배우 20명이 부산 무대에 오른다. 그중 일본인 배우가 12명이다. 김민수 대표는 강하나 배우의 엄마이자 김창생 작가의 딸이다. 재일동포 3대가 작가, 연출가, 배우로 연극에 참여한다.
공연은 아리아리 불꽃, 이스크라21, 극단 해풍 등이 함께 주최한다. 달오름 관계자는 “나라와 민족을 뛰어넘어 만들어 내는 진혼의 무대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연극은 전석 3만 원에 볼 수 있다.
이우영 기자 verdad@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