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권' 변수 부각 사우디 맞서 엑스포 마지막 스퍼트
아프리카 난민 수천 명 학살 의혹
BIE, 개최지 후보국 자격 판단해야
프랑스 파리에 본부를 둔 국제박람회기구(BIE)는 2030월드엑스포 공식 홈페이지에서 ‘인류가 직면한 근본적인 도전에 대한 해결책을 찾기 위해 세계를 하나로 묶는 웅장하고 공통적인 프로젝트’라고 소개한다. 월드엑스포가 가전 전시회나 모터쇼처럼 신기술이나 국력을 자랑하는 장소가 아니라, 국가 및 국제기구, 기업이 인류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해 세계인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선보이는 자리라는 뜻이다. 부산과 함께 2030월드엑스포 유치 경쟁에 뛰어든 사우디아라비아는 ‘변화의 시대: 다 함께 미래로’를 주제로 내걸고, “인류의 번영을 위하여 용기와 혁신으로 협력을 촉진하겠다”고 공표했다.
하지만, ‘인류의 번영과 협력’이란 사우디의 약속은 사막의 모래바람이나 신기루에 불과한 모양이다. ‘반체제 기자 암살’ 등 인권 유린이 끊이지 않았던 사우디 정부가 최근 난민 수천 명을 집단 학살한 의혹이 폭로됐기 때문이다.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21일 보고서를 통해 사우디 국경수비대가 최근 15개월간 에티오피아 난민 수천 명을 박격포와 총으로 학살하고, 생존자들을 성적으로 학대하는 등 인권을 참혹하게 짓밟았다고 발표했다. HRW의 주장이 사실이라면, 사우디 정부는 엑스포 유치 무대가 아니라 국제형사재판소에 피의자 신분으로 서야 할 상황이다.
세계적으로도 사우디 국경수비대의 반인도적 범죄에 대한 비난이 들끓고 있다고 한다. 유엔과 인권 선진국들은 “(보고서에서)심각한 의혹이 제기됐다. 매우 우려된다”는 입장을 표시했다. 미국 뉴욕타임스와 워싱턴포스트, 영국 가디언지 등 서방의 유력 언론들도 이 사실을 대대적으로 보도했다. 국제적인 인권단체들이 엑스포 후보국에서 사우디를 제외해야 한다고 직접 요청할 정도이다.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최우선시하는 BIE 사무국은 난민 집단 학살 등 의혹을 받는 사우디의 엑스포 유치 자격 유지 여부를 긴급히 판단해야 한다. 혹시라도 사우디가 엑스포 개최지로 최종 선정된다면, 전 세계가 사우디 정부의 집단 학살과 반인도적 범죄를 덮어주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대한민국과 부산은 사우디와는 별개로 우리의 경험과 인류의 보편적 가치를 내걸고 우리만의 길을 가야 한다. 식민지와 전쟁의 아픔을 딛고 성장한 부산의 정체성은 희망과 평화, 번영이라는 엑스포 정신과 닿아 있다. 핵심 전략인 ‘부산 이니셔티브’는 대한민국의 아픔과 발전, 성공의 경험을 활용해 인류가 처한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다. 남은 100일간 ‘세계의 대전환, 더 나은 미래를 향한 항해’를 위해 ‘사회 안전망 구축을 통한 계층 간 격차 해소. 돌봄과 나눔의 엑스포’라는 부산의 메시지를 세계에 더욱 발산해야 한다. 모든 것을 쏟아붓는 한국과 부산의 힘찬 걸음에 세계인이 공감하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