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받은 온정에 보답, 기부 잇는 선순환 기대” [고맙습니다, 선배님!]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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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본병원 하상훈 원장

37년 살아온 서부산 사실상 고향
지역 저소득층 학생에 3000만 원
마음껏 공부 못 하는 아픔 공감대
대학 때 받은 장학금 혜택 환원

부산본병원 하상훈 원장은 기부가 또 다른 기부를 부르는 ‘순환’의 가치를 강조했다. 23일 부산 사하구 부산본병원 사무실에서 만난 하 원장.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부산본병원 하상훈 원장은 기부가 또 다른 기부를 부르는 ‘순환’의 가치를 강조했다. 23일 부산 사하구 부산본병원 사무실에서 만난 하 원장.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가정 형편이 어렵다는 이유로 아이가 공부를 포기하는 일은 없어야죠.”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을 통해서 서부산권 저소득 가정 아동에 총 3000만 원을 기부한 부산본병원 하상훈 원장의 말이다. 하 원장은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부산일보〉의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한 모교 지원 프로젝트, ‘고맙습니다, 선배님!’ 캠페인의 세 번째 주자로 나섰다. 그가 기부한 3000만 원은 서부산 권역의 학교에 다니고 있는 저소득 가정 아동에 장학금 형태로 전달될 예정이다.

23일 오전 부산 사하구 부산본병원 사무실에서 만난 하 원장은 서부산권 저소득 가정 아동에 기부금을 전달하면서 ‘환원’의 가치를 강조했다. 그는 “나도 대학에 다닐 때 장학금을 받으면서 공부했다. 내가 누군가로부터 따뜻한 손길을 받은 만큼 이를 꼭 되돌려주고 싶었다”며 “이제는 도움이 필요한 곳에 내가 작은 보탬이라도 될 수 있어서 오히려 뿌듯한 마음”이라고 웃었다. 자신의 사례처럼 기부가 또 다른 기부를 부르며 꼬리를 무는 선순환 구조가 형성되면 삭막해진 공동체 정신이 회복할 수 있다는 게 평소 그의 생각이다.


지난 5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그린노블클럽’에 부산 77호로 가입한 모습.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지난 5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그린노블클럽’에 부산 77호로 가입한 모습. 초록우산 어린이재단 제공

경남 창원시 진해구 출신인 하 원장은 서부산이 그에게는 사실상 고향이라며 서부산에 남다른 애정을 나타냈다. 19세에 진해를 떠난 이후 지금까지 37년 동안 서부산에서 쭉 살았기 때문이다. 그는 “의과대학 인턴부터 지금까지 계속 서부산에서 살았다. 내게 서부산은 고향과 마찬가지”라며 “의사가 된 지금도 병원 주위에서 살고 있을 만큼 이곳은 내게 특별한 곳이다”고 설명했다.

서부산에 대한 하 원장의 애정은 고스란히 지역 새싹인 아이들에게로 옮겨 갔다. 또한 그의 마음 한구석에는 충분한 교육 기회를 제공받지 못하는 서부산 아이들에 대한 안타까움이 자리 잡고 있었다. 그는 “내 자녀가 서부산의 학교에서 교사로 근무하고 있어 가끔 아이들 이야기를 들을 수 있다”며 “정말 재능은 있지만, 가정 형편이 어려워 공부에 전념하지 못하는 경우를 많이 접하면서 안타까움이 들었다”고 말했다.

마음껏 공부하지 못하는 아이들 모습이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다는 게 하 원장의 설명이다. 그 역시 유년기 시절 교육에 대한 갈증이 컸지만, 여러 여건상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내가 살던 동네가 외진 곳이라서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곳이 아니었다. 계기도 마땅치 않았다. 어렸을 때 피아노 같은 예체능 학원에도 다니고 싶었지만 이내 포기한 적도 있다”며 “마음껏 공부할 수 없는 아픔을 잘 알기에, 우리 지역 아이들을 도울 방법을 고민하던 찰나에 초록우산 어린이재단과 〈부산일보〉 프로젝트를 접하게 됐다”고 참여 계기를 설명했다.

그는 이번 프로젝트가 마중물 역할을 해 비단 서부산 아이들뿐만 아니라 부산 모든 지역 아이의 교육 격차가 해소되길 바란다고 전했다. 그는 “코로나19로 저소득 아이들에게는 사실상 유일한 교육 수단인 공교육이 수년간 마비됐다”며 “지자체 차원에서도 동서 교육 격차 해소를 위해 부단히 노력해 줬으면 좋겠다는 마음이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캠페인을 통해 나와 같은 뜻을 가진 많은 사람이 동서 교육 격차에 관해 관심을 갖게 되면 좋겠다”며 “작은 관심이 모여 모든 아이가 차별 없는 교육 환경을 누릴 수 있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하상훈 원장은 지난해 모교인 인제대에도 1억 원의 장학금을 쾌척하는 한편, 지난 5월 초록우산 어린이재단의 1억 원 이상 기부자 모임인 ‘그린노블클럽’에 부산 77호로 가입했다.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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