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 전광판 자유롭게… 해운대 구남로 ‘한국판 타임스스퀘어’로 만든다
시,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 추진
행안부 심사 거쳐 12월 최종 결정
선정되면 미디어아트 랜드마크로
부산시가 해운대구의 핵심 상권인 구남로 거리를 한국판 ‘타임스스퀘어’로 만드는 방안을 추진한다. 서울 코엑스 일대에서만 제한적으로 허용된 대형 전광판을 활용해 새 랜드마크를 조성하겠다는 구상인데, 지역에서 첫 허가 사례가 나올지 주목된다.
23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시는 최근 해운대구 구남로 일대를 ‘옥외광고물 자유표시구역(이하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받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대상 지역은 구남로, 해운대해수욕장 이벤트 광장 일대 약 490m 구간이다.
자유표시구역은 전광판을 포함한 옥외광고물의 모양, 크기, 색깔, 설치방법 등의 규제가 대폭 완화돼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도록 허용된 지역이다. 구남로가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되면 미국 뉴욕 ‘타임스스퀘어’나 일본 오사카 ‘도톤보리’처럼 건물에 대형 전광판을 설치할 수 있게 된다. 전광판을 활용한 기업 홍보는 물론 수족관에서 파도가 몰아치는 광경을 연출하는 등의 미디어아트도 가능해진다. 세계 최대 규모의 옥외광고로 알려진 타임스스퀘어는 코카콜라, 삼성전자 등 대기업들이 앞다퉈 광고하는 지역으로 유명하다. 국내에서는 유일하게 서울 강남구 코엑스 일대가 자유표시구역으로 지정돼 운영 중이다.
시장, 도지사가 옥외광고물법에 따라 자유표시구역을 신청하면 행정안전부 장관이 허가 조치를 내린다. 지난달 행안부의 1차 심사를 받은 시는 오는 11월 2차 심사를 앞둔 상태다. 행안부는 심사 결과를 바탕으로 12월 최종 결과를 발표할 예정이다. 1차 심사는 서면·현장평가, 2차 심사는 프레젠테이션(PT) 평가, 전문평가단 심사 등으로 구성됐다. 행안부 관계자는 지난달 구남로를 찾아가 현장평가를 진행했다.
2016년 옥외광고를 자유롭게 설치할 수 있는 제도가 처음 마련되자 시는 당시 부산진구 서면 일대를 대상지로 신청했지만 결국 선정 받지 못했다. 시는 지난 6월 제2기 자유표시구역 신청을 앞두고 공모 절차를 거쳤다. 해운대구가 16개 구·군 중 유일하게 신청했다. 수도권을 제외한 지역에서는 대구시를 포함한 3~4개 광역지자체가 자유표시구역 지정 신청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서도 최근 옥외광고물을 활용한 지역 활성화 방안에 관심이 높다. 25일까지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진행되는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에서도 이 같은 내용이 논의됐다. 이날 기조연설자로 나선 세계옥외광고협회 톰 고다드 회장은 "과거에는 옥외광고물이 도시 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외면받았지만 최근 디지털 미디어와 결합한 디지털 옥외광고가 인기를 끈다"는 내용의 강연을 했다. 부산국제마케팅광고제 최환진 집행위원장도 “코엑스나 타임스스퀘어 등에서 나오는 디지털 광고는 단지 광고에 그치지 않고 지역을 관광명소로 만들었다”면서 “부산 같은 지역에도 이러한 인프라가 만들어진다면 관광 활성화에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시는 구남로가 자유표시구역으로 선정된다면 미디어아트 등을 통해 지역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시 관계자는 “2016년에는 서면이 선정되지 못했지만 이번에는 지역에서도 한 곳 이상에 허가가 내려지지 않을까 기대한다”면서 “누가 PT 등 2차 심사를 맡아 준비할지 해운대구와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탁경륜 기자 takk@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