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우디 이민자 학살 의혹 유엔 조사 착수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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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 전면 조사 촉구… 우려 표명
사우디 “사실 아니다” 부인에도
이미지 세탁 노력 ‘찬물’ 불가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사우디 국경수비대가 에티오피아 이주민 행렬을 공격해 최근 15개월간 최소 650여 명을 살해하는 등 집단학살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21일 공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로 입국하려는 에티오피아 이주민들 행렬. HRW 홈페이지 캡처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는 사우디 국경수비대가 에티오피아 이주민 행렬을 공격해 최근 15개월간 최소 650여 명을 살해하는 등 집단학살을 저질렀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21일 공개했다. 사우디아라비아로 입국하려는 에티오피아 이주민들 행렬. HRW 홈페이지 캡처

사우디아라비아에 들어가려던 아프리카 빈국 출신 이민자들이 국경에서 무차별 학살됐다는 의혹이 확산되고 있다. 미국은 전면 조사를 촉구하며 사우디 정부에 우려를 표했다. 유엔도 비공식 조사에 착수했다. 사태 파장에 따라 향후 사우디의 2030세계박람회(월드엑스포) 도전도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21일(현지 시간) 프랑스 AFP통신에 따르면 미국 국무부 대변인은 “이런 의혹들에 대한 우리의 우려를 사우디 정부에 제기했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사우디 당국이 철저하고 투명한 조사에 착수하고 국제법에 따른 의무를 지킬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미 국무부 대변인은 그러면서 이민자들을 살해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사우디 국경수비대에 자금을 지원하거나 훈련을 제공한 적이 없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아랍의 맹주인 사우디와 80년 가까이 동맹 관계를 이어오면서 군사 협력을 유지했다.

유엔도 우려를 표명하고 나섰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최근 국제인권단체 휴먼라이츠워치(HRW)가 발간한 보고서에 대해 “일부 매우 심각한 의혹을 제기했다. 이런 상황이 매우 우려된다”고 말했다. 유엔 인권사무소는 상황을 인지하고 있고 일부 접촉을 가졌으나 “(사우디)국경의 상황을 확인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덧붙였다. HRW는 최근 공개한 ‘그들이 우리에게 총알을 비처럼 퍼부었다’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사우디 국경수비대가 지난해 3월부터 지난 6월까지 최소 655명의 에티오피아 이주민을 살해했다고 밝혔다. 공격을 받은 이주민 중에는 여성과 어린이도 다수 포함됐다.

이런 의혹을 제기한 건 HRW가 처음이 아니다. 영국 BBC 방송에 따르면 유엔 조사관들은 지난해 10월 사우디 정부에 서한을 보내 사우디·예멘 국경에서 사우디군에 의한 광범위한 살해 행위가 자행된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서한에서 '사우디군이 국경 너머 이민자들에게 총탄과 포탄을 발사해 대규모, 무차별적으로 살해하는 조직적 형태가 보인다'고 말했다.

사우디 정부는 일관되게 의혹을 부인한다. 사우디 정부는 이날 HRW 보고서와 관련해 “(이런 의혹은)사실무근이고 신뢰할 만한 정보 출처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사우디 정부는 앞서 유엔 조사관의 서한에 대해서도 “당국은 이런 의혹을 확인하거나 입증할 정보나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향후 사태 파장에 따라 경제 다변화, 여성 사회 진출 확대 등으로 인권침해 국가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씻어내려는 사우디의 노력이 허사로 돌아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특히 막대한 오일 머니를 동원해 2030월드엑스포 유치에 나선 사우디의 지지국 확보에도 부정적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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