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 내야수는 안 돼” MLB 통념 깬 김하성의 질주
2년 연속 2루타 20개 달성
20홈런-20도루도 가시권
빠른 타구 처리 능력 뛰어나
수비 지표 메이저리그 2위
공수 최고 내야수로 진화 중
‘어썸(Awesome·경이로운) 킴’ 김하성(27·샌디에이고 파드리스)이 아시아 출신 내야수의 한계를 극복하고 미국 프로야구 메이저리그(MLB)에서 대활약을 펼치고 있다.
김하성은 24일(한국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 펫코 파크에서 열린 2023 MLB 마이애미 말린스와의 홈경기에서 1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전해 시즌 20호 2루타와 함께 결승 득점을 올렸다.
1회 선두 타자로 나선 첫 타석에서 김하성은 지난 시즌 내셔널리그 사이영상을 받은 마이애미 에이스 샌디 알칸타라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2루타를 만들었다. 빗맞은 타구였지만 외야 수비가 없는 빈 곳으로 떨어진 사이 김하성이 2루까지 내달렸다. 김하성의 시즌 20번째 2루타였다. 이로써 김하성은 지난 시즌(29개)에 이어 2년 연속 2루타 20개를 달성했다.
후속 타자의 내야 땅볼과 적시타에 힘입어 홈을 밟은 김하성은 선제 결승 득점까지 올렸다. 김하성의 활약에 힘입어 샌디에이고는 마이애미를 4-0으로 꺾고 내셔널리그 서부지구 4위(61승 67패)를 유지했다.
이날까지 김하성은 시즌 123경기에 출전해 타율 0.280(422타수 118안타) 17홈런 49타점 28도루에 OPS(출루율+장타율) 0.816을 기록하고 있다. 타율 부문 내셔널리그 14위, 도루 부문 5위를 달린다.
지난해와 비교하면 엄청난 발전이다. 김하성은 지난 시즌 타율 0.251에 홈런 11개를 기록했다. 올 시즌엔 타율을 3푼가량 끌어올렸고, 홈런은 이미 지난해 기록을 넘어섰다. MLB 데뷔 시즌인 2021시즌 타율 0.202 홈런 8개와 비교하면 환골탈태 수준이다.
역대로 아시아 출신 내야수가 MLB에서 성공한 사례는 전무하다. 미국 무대에서 성공한 스즈키 이치로, 마쓰이 히데키, 추신수 등은 모두 외야수다. 마쓰이 가즈오, 니시오카 쓰요시, 나카지마 히로유기 등 일본의 내로라하는 내야수들이 기세 좋게 MLB에 도전했지만 모두 쓴맛을 봤다.
직구 구속이 평균 150km가 넘는 메이저리그 투수의 공을 타자가 때리면 타구 속도도 그만큼 빨라진다. 더구나 MLB 타자들은 체격이 크고 힘이 좋아 한국이나 일본 프로야구 타구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 내야로 날아든다. 아시아 내야수들이 이런 공을 처리하려면 더 빨리 잡고 더 빨리 송구해야 하고, 어깨도 강해야 한다.
지금껏 아시아 내야수들은 이런 한계에 부딪혀 실패했지만, 김하성은 달랐다. 이는 최근 선수의 가치를 평가하는 중요 지표인 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WAR)를 보면 확연히 드러난다.
MLB 통계 사이트인 베이스볼레퍼런스에 따르면 현재 김하성의 수비 WAR은 2.0으로 완더 프랑코(탬파베이 레이스)에 이어 MLB 전체 2위다. 공격 WAR은 4.4로 전체 8위다. 공격과 수비를 종합한 야수 WAR은 무려 6.0으로 네 번째로 높다. 김하성보다 WAR이 높은 선수는 오타니 쇼헤이(LA 에인절스·9.4), 무키 베츠(LA 다저스·6.5), 로날드 아쿠냐 주니어(애틀랜타 브레이브스·6.2) 3명뿐이다.
김하성은 지난 시즌 MLB 유격수 부문 골드글러브 3위에 올라 수비 실력은 이미 인정받았다. 올 시즌엔 공격력도 한 단계 올라서 MLB 투수들의 강속구를 거뜬히 때려 내고 있다. 특히 지난 22일 마이애미전에서 라이언 웨더스를 상대로 쳐낸 MLB 첫 만루홈런이자 시즌 17호 대포는 시속 96.6마일(155km)에 이르는 몸쪽 빠른 공이었다.
현재 17홈런 28도루를 기록 중인 김하성은 홈런 세 개만 더하면 ‘20홈런-20도루’ 클럽에 가입한다. 한국인 메이저리거로는 추신수에 이은 두 번째 위업이다. 여기에 도루 2개만 추가하면 한국인 첫 ‘20홈런-30도루’도 가능하다. 수비 지표로는 내셔널리그 2루수 부문 골드글러브에도 가장 근접해 있다. 명실공히 김하성은 공수에서 최고 수준의 메이저리그 내야수로 진화하는 중이다.
정광용 기자 kyjeong@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