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달의 남극
달에서 햇빛이 전혀 들지 않는 뒷면은 어떤 모습일까? 소련의 무인 달 탐사선 루니크 3호가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달의 뒷면을 사진으로 찍어 확인한 것이 1959년이다. 1968년 3명의 우주인을 태운 미국 아폴로 8호가 달 주위를 돌면서 달의 뒷면을 육안으로 관측했다. 달의 뒷면은 소행성이나 운석의 충돌로 생긴 크레이터(분화구)가 많고, 구릉과 산맥 등으로 울퉁불퉁한 모습이었다.
달은 지구와 달리 자전축이 1.5도만 기울어져 있어 수직에 가깝게 자전한다. 태양 그림자에 가려진 ‘달의 남극’에는 햇빛이 전혀 들어오지 않는 영구 음영 지역이 존재한다. 이곳에는 물이 증발하지 않고 만년빙하 등 얼음 형태로 존재할 가능성이 높다고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 달의 남극은 햇빛이 계속 비치는 지역은 50도, 크레이터 내부 등 영구 음영 지역은 영하 200도의 기온이 유지된다. 달에서 물을 구할 수 있다면, 식물도 재배하고 수소와 산소를 분리해 로켓 연료로 사용할 수 있다. 달의 남극이 인간이 세우게 될 첫 번째 우주 기지 입지로 최적의 조건인 이유다.
미지의 영역이었던 달의 뒷면, 남극 인근에 인류의 발길이 처음으로 닿았다. 인도의 달 착륙선 ‘찬드라얀 3호’의 착륙 모듈인 ‘비크람’이 23일 달 남극 부근 착륙에 성공했다. 비크람에는 26kg가량의 탐사 로버 ‘프라그얀’이 탑재돼 2주 동안 달의 남극에 얼음이 존재하는지 여부를 과학적으로 확인한다. 이처럼 우주 강국들이 우주 탐사에 잇따라 뛰어들면서 달 이면의 신비가 조금씩 풀리고 있다.
하지만, 인도 국민이 달 남극 착륙 성공에 열광하는 시간에도, 한국에서는 우주 개발을 진두지휘할 한국형 나사(NASA·미국 항공우주국)인 우주항공청 설치 특별법이 여야 정쟁에 휘말려 국회 문턱조차 넘지 못하고 있다. 백성의 고달픔은 아랑곳없이 전쟁용 미사일 개발에 혈안인 북한은 논외로 치더라도, 이웃 일본을 비롯해 미국, 러시아, 중국, 인도 등 우주 강국들이 민관 합동으로 최첨단 우주 산업을 개척하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늦었지만, 한국도 이들 국가와 어깨를 나란히 해 ‘KOREA’가 선명하게 새겨진 우주 대형 망원경을 달에 설치해 우주의 기원을 밝혀내고, 원격조종 우주로봇으로 새로운 광물과 에너지를 개발하는 상상을 한다. 지금 꿈을 꿔야, 우리의 미래 세대가 우주 도전을 실현할 토대라도 갖출 수 있기 때문이다.
이병철 논설위원 peter@
이병철 논설위원 peter@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