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사능 논란 기장 해수담수화 시설, 공업용수·연구개발용 재가동 검토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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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물산업 육성 위해 추진
식수용 배제… 하루 9000t 생산
폐쇄 강서공업용정수장도 활용

부산 기장군 해수담수화 시설 전경. 부산일보DB 부산 기장군 해수담수화 시설 전경. 부산일보DB

부산시가 물산업 육성을 위해 방사능 물질 논란으로 가동을 멈춘 기장군 해수담수화 시설의 재가동을 검토 중이다. 우선 생산한 물을 공업용수로 공급하고, 남는 물로는 연구개발(R&D) 사업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시는 또 폐쇄된 강서공업용정수장을 활용해 ‘물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하는 방안도 마련했다.

시는 24일 "물 문제 해결을 위해 기장해수담수화 시설 등을 활용한 물산업 육성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앞으로 취수원 다변화가 진행될 경우 상하수도 기술뿐 아니라 초고도정수처리, 배관 기술 등 물 관련 산업의 집적이 필요한 만큼 부산이 선제적으로 물산업을 육성해 나가겠다는 뜻이다.

시는 우선 물산업 육성을 위해 현재 가동을 멈춘 기장해수담수화 시설을 부분적으로 활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기장해수담수화 시설 중 하루 9000t을 생산할 수 있는 1계열을 가동해 공업용수로 공급하는 방안이다. 우선 9000t을 생산해 고리원전 등 수요처에 4000~5000t을 공급하고, 남는 물은 R&D 사업에 활용하는 방향을 검토한다. 하루 3만 6000t의 물을 공급하는 2계열은 예비용으로 남겨둘 계획이다.

시는 기장해수담수화 시설을 활용해 해수농축수 자원 회수, 수처리 분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술 등 연구 실증, 막여과 기술 연구개발, 신재생에너지 활용 그린수소 생산, 염도 차 발전, 이산화탄소 포집 등의 연구개발이 가능할 것으로 본다.

시는 기장해수담수화 시설 관련 소유권한을 가진 환경부에 이 같은 내용을 건의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시작해 올 연말까지 진행되는 환경부 기장해수담수 시설 활용방안 용역에도 이 내용이 포함될 수 있도록 제안한다는 방침이다.

기장해수담수화 시설은 2014년 12월 해수담수화 신기술 개발 등 세계 물 시장 선점을 꿈꾸며 완공됐지만, 여기서 나온 물을 식수로 공급한다는 계획이 알려지자 큰 반발에 부딪혔다. 고리원전과 11km 떨어진 곳에 위치해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능 물질 우려가 불거진 것이다. 시는 당시 삼중수소를 비롯한 방사능 52개 품목에서 식수 적합판정을 받았다고 홍보했으나, 거센 반발로 인해 2018년 가동을 완전히 멈췄다.

시 맑은물정책과 관계자는 이번 기장해수담수화 시설 활용방안과 관련해 “식수 공급에는 우려가 큰 만큼 식수용으로 활용하는 방안은 검토하지 않는다. 현재 고리원전 등에 공업용수로 우선 공급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다. 향후 수요처가 있다면 다른 곳에도 공급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시는 이 밖에 물산업 육성을 위해 강서구에 물산업 클러스터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2017년 이후 활용되지 않는 옛 강서공업용정수장을 활용해 물산업 연구시설, 상하수처리 연구시설, 물기술인증원 등을 갖춘다는 계획이다.

부산은 수질이 나쁜 낙동강 본류에 식수원을 의존하는 만큼 수처리 관련 기술 개발과 산업 육성이 절실한 상황이다. 시는 물산업 R&D와 관련해 연구 부지를 제공하고, 전기료·임대료 감면 등 경비를 지원하고, 우수 기술에 직접 도입·적용하는 등 적극적으로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시는 물산업 육성을 위해 지난달 ‘미래 물산업 육성방안 마련 태스크포스(TF)팀’을 꾸리기도 했다. TF팀은 24일 첫 회의를 열고 기장해수담수시설 R&D 활용, 강서공업용정수장 활용 물산업 클러스터 조성 등 방안에 대해 머리를 맞댄다.


서유리 기자 yool@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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