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란 두 달 만에 전용기 추락 ‘바그너’ 수장 프리고진 사망
용병기업 이끌다 푸틴에 반기
상트페테르부르크 가던 중 사고
러시아 정부 배후설 힘 실려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의 수장 예브게니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시도한 지 2개월 만에 비행기 추락 사고로 숨졌다. 프리고진의 죽음이 단순히 사고사가 아니라는 관측이 나온다.
23일(현지 시간) 외신에 따르면 러시아 재난 당국은 이날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로 향하던 엠브라에르 레가시 제트기가 트베리 지역의 쿠젠키노 주변에 추락했다. 프리고진이 해당 비행기에 탑승했다”고 밝혀 프리고진의 사망 사실을 공식화했다. 쿠젠키노는 모스크바에서 상트페테르부르크 방향으로 약 300km 떨어진 지역이다.
프리고진은 러시아 용병기업 바그너그룹 수장으로 우크라이나 전장을 누비다가 지난 6월 돌연 모스크바를 향해 총구를 돌리면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의 등에 칼을 꽂은 반역자가 됐다.
프리고진은 1990년 러시아 각지에서 고급 레스토랑을 운영하다가 상트페테르부르크의 하급 관료이던 푸틴 대통령을 손님으로 만나 친분을 쌓았다. 프리고진은 이 인연을 계기로 크렘린궁에서 열리는 각종 만찬과 연회를 도맡으면서 ‘푸틴의 요리사’로 불렸다.
프리고진이 본격적으로 푸틴의 신임을 얻기 시작한 것은 2014년 바그너그룹을 창설하면서부터다. 바그너그룹은 크림반도 강제 병합을 위한 전쟁 등 세계 곳곳의 분쟁에 러시아군 대신 개입하면서 세력을 키웠다. 바그너그룹은 민간인 학살 등 잔혹 행위로 악명이 높았지만, 프리고진은 이를 부인했다.
푸틴 대통령에 대항했던 프리고진이 숨지자, 단순 항공 사고가 아닐 수 있다는 추측이 고개를 들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번 사고와 관련해 보고를 받고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지만 난 놀랍지 않다”고 했다. 그는 “난 답을 알 만큼 충분히 알지 못한다”면서도 “러시아에서 푸틴이 배후에 있지 않은 일은 별로 일어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프리고진이 무장 반란을 시도한 직후부터 그의 신변이 우려스럽다는 관측은 끊이지 않았다. 영국 정보 당국자들은 프리고진 일행이 탄 전용기 추락이 푸틴 대통령의 지시에 따른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의 소행인 것으로 본다고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가 이날 보도했다. 한 소식통은 “당연하게 푸틴이다. 우두머리로서 푸틴은 그가 당했던 굴욕을 용납할 수 없다”면서 “푸틴은 두 가지로 움직인다. 재능에 따른 충성심, 그리고 배신에 따른 후과”라고 말했다.
김형 기자 moon@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