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특성 담은 재료로… 공간 짓고 새로움 만들다 [전시를 듣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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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치작가 가와마타 다다시
10년 만에 부산에서 개인전
갤러리삽, 10월 21일까지
대표작 오두막·둥지 등 선봬

갤러리삽에서 만난 가와마타 다다시 작가. 오금아 기자 갤러리삽에서 만난 가와마타 다다시 작가. 오금아 기자

갤러리 안에 나무 오두막을 지었다.

가와마타 다다시의 ‘네스트&트리 헛’전이 부산 중구 남포동 갤러리삽에서 열리고 있다. 갤러리삽은 전창래 대표가 코로나 팬데믹으로 일시 폐관했던 갤러리604를 이전 재개관한 전시공간이다. 은과빛 메디컬빌딩 14층에 위치한 갤러리삽 전시장 가운데 철판으로 만든 벽이 있다. 이 철판 위에 나무로 만든 오두막과 둥지 형태의 작품이 설치됐다.

가와마타 작가는 1953년 일본 홋카이도에서 태어났다. 28세의 나이로 베니스비엔날레(1982)에 참가한 이후 카셀 도큐멘타(1987·1992), 뮌스터 조각 프로젝트(1997) 등에서 작품을 선보여 호평받았다. 가와마타는 2005년 요코하마 트리엔날레 예술감독을 맡았고, 2006년 프랑스 파리로 활동 거점을 옮겨 12년간 에콜 데 보자르에서 교수로 재직했다.

이번 개인전은 부산에서 10년 만에 열리는 가와마타 작가의 개인전이다. 2012년 갤러리604에서 열린 전시에서 작가는 부산 어시장에서 구한 생선 상자 3600개로 전시장을 채웠다. 같은 해 대구미술관에는 사과 상자 8000여 개를 이용한 대형 설치 작품이 전시됐다.

지역의 특성을 담아내는 저렴한 가격의 목재나 폐목재를 재료로 사용해 지역성을 드러냈다. 이번 전시에 사용한 나무에는 갤러리삽 인테리어 공사에 사용했던 것과 같은 목재가 포함되어 있다.

가와마타는 “(작가가) 그 장소를 잘 알지 못하니까 지역에서 ‘보통으로 보이는 재료’를 사용하면 지역민이 감정이나 이해의 측면에서 받아들이기 쉬울 것으로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나무를 쓰는 이유에 대해 “캔버스에 그림으로 표현하는 것보다 나무를 다루는 것이 더 재미있었기 때문”이라고 했다.


2012년 자갈치 생선 상자 작업

퐁피두센터 외벽에 오두막 설치

이질적 존재가 주는 위화감

장소 이미지 바꾸고 새 해석 불러

“건축이나 도시계획에도 관심”


2018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된 가와마타 다다시 'Big Nest'의 외관. 부산일보DB 2018년 부산시립미술관에서 전시된 가와마타 다다시 'Big Nest'의 외관. 부산일보DB
가와마타 다다시 작가의 '트리 헛' 시리즈. 갤러리삽 내부에 설치된 철판 벽 위에 오두막을 올렸다. 갤러리삽 제공 가와마타 다다시 작가의 '트리 헛' 시리즈. 갤러리삽 내부에 설치된 철판 벽 위에 오두막을 올렸다. 갤러리삽 제공

최근 대만에서 가진 한 인터뷰에서 가와마타는 ‘대학에 들어간 뒤 회화가 내면의 욕구를 만족시키지 못함을 알았다’고 밝혔다. 그는 자신을 환경이나 도시 문화에 참여하는 것에 관심이 있는 ‘진정한 거리의 예술가’라고 했다.

가와마타는 작품으로 공간을 달리 보이게 만든다. 프랑스 낭트 전망대 밑에 설치한 대형 둥지, 헬싱키 비엔날레에서 선보인 등대 구조물 등 자연이나 도시 공간을 생각하는 방식을 돌아보게 한다.

작품에 건축적 요소가 자주 등장하는 것에 대해 가와마타는 “건축이나 도시계획에 관심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실제 그는 일반 생활공간 자체를 작품화하는 ‘아파트먼트 프로젝트’ 연작을 진행하고, 2002년 부산비엔날레에서 한국과 일본 탄광촌의 집을 하나로 만드는 작품을 선보였다.


갤러리삽에서 나무 오두막 작품을 설치 중인 가와마타 다다시 작가. 갤러리삽 제공 갤러리삽에서 나무 오두막 작품을 설치 중인 가와마타 다다시 작가. 갤러리삽 제공
가와마타 다다시가 나무 오두막을 평면에 옮긴 작품. 갤러리삽 제공 가와마타 다다시가 나무 오두막을 평면에 옮긴 작품. 갤러리삽 제공

이번 전시에서는 가와마타가 야외에서 진행한 대형 설치 작업의 실내 버전을 만날 수 있다.

가장 눈길을 끄는 것은 철판 벽 위에 올려진 오두막(트리 헛)이다. 오두막은 제1회 문신국제조각심포지움이 열린 경남 창원(옛 마산)을 비롯해 뉴욕·마이애미·본·브뤼셀·파리 등 여러 도시에서 전시됐다. 가와마타는 “창원에서는 문신미술관 야외에 있는 나무 위에 오두막을 올렸다면, 이번에는 전시장 안에 있는 철판 위에 오두막을 올렸다”고 했다. 그는 “나무 오두막이나 새 둥지를 설치해서 ‘혹시 사람이나 새가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미지를 전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가와마타 다다시 작가의 작품. 갤러리삽 제공 가와마타 다다시 작가의 작품. 갤러리삽 제공

2010년 가와마타는 파리 퐁피두센터 외벽에 판잣집을 연상시키는 오두막을 설치했다. 작가는 “외관이 독특한 건물 외벽에 기생충처럼 매달린 집을 보며 ‘이질적 존재가 주는 위화감’을 느끼게 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그는 이물질이 주는 위화감으로 장소나 건축물 전체 이미지를 바꾸고 새로운 해석이 가능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가와마타는 기회가 된다면 한국의 공공장소에서 작품을 선보이고 싶다고 했다. 그는 프랑스에서 44m 높이의 방돔 기둥에 둥지 형태의 구조물을 설치한 작품을 예로 들었다. “도심 전체가 보이는 높은 탑에서 작업을 해보고 싶습니다. 거리의 여러 장소에서, 주어진 조건에 맞춰서 작품을 보여줄 기회가 생기면 좋겠습니다.”

가와마타 다다시 ‘네스트&트리 헛’ 전시는 오는 10월 21일까지 갤러리삽(부산 중구 구덕로 5)에서 열린다.


오금아 기자 chris@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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