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아 살해·유기’ 20대 친모 “화장실서 출산…어찌할 줄 몰랐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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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 직후 코·입 등에 이물질 제거 않아 사망
부산진구 쇼핑몰 화장실 쓰레기통에 유기
변호인 “출산 지식 모자라 사망한 줄 알았다”
법원,영아살해 아닌 아동학대살해 여부 검토

해당 신생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부산일보DB 해당 신생아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부산일보DB

화장실 변기에서 출산한 아이를 사망하도록 방치한 뒤 시신을 종이 가방에 담아 쇼핑몰 쓰레기통에 유기한 20대 친모가 첫 재판에서 살해 혐의를 부인했다.

부산지법 형사6부(부장판사 김태업)는 28일 오전 아동학대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기소된 20대 여성 A 씨에 대한 첫 공판을 열었다.

A 씨는 2022년 10월 4일 부산 기장군의 주거지 내 화장실 변기에 앉아 아이를 출산한 뒤 아이가 사망하도록 방치한 혐의를 받는다. A 씨는 이튿날인 10월 5일 부산진구 부전동의 한 쇼핑몰 지하 1층 여자 화장실 쓰레기통에 아이 시신을 종이 가방에 담아 유기한 혐의도 받는다. 아이 시신은 다음 날 오후 1시께 쓰레기를 수거하던 미화원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검찰에 따르면 A 씨는 화장실 좌변기에서 아이를 출산했고, 아이는 곧장 변기물에 빠져 숨을 쉬지 못하게 됐다. A 씨는 아이의 코와 입 등에 들어간 이물질 등을 제거해 호흡이 가능하도록 하고 체온 유지 등 조치를 취해야 했다. 그러나 검찰은 A 씨가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아이가 결국 사망에 이른 것으로 보고 있다.

A 씨는 사체 유기에 대해서는 인정했지만 살해 범행에 대해서는 부인했다. A 씨 측 변호인은 “검찰은 아이가 태어났을 때는 살아있었다는 취지로 기소했는데, A 씨는 출산 직후 아이가 울지 않고 움직임이 없어 사망한 것으로 판단했다”며 “출산에 관한 지식이 모자랐기에 발생한 일”이라고 밝혔다.

A 씨 측은 또 임신 과정에서 산부인과 진료를 전혀 받지 않았고, A 씨가 임신 중임에도 항생제를 처방 받는 등 출산 과정이나 절차를 전혀 모른다는 점을 입증하기 위한 증거 등도 제출했다.

재판부는 A 씨에 대해 영아살해를 적용할 지, 그렇지 않으면 아동학대살해 혐의를 그대로 적용할 지 등을 검토하기 위해 다음 달 26일 한 차례 더 재판을 열기로 했다. 아동학대살해 혐의가 적용돼 실제 인정까지 된다면 사형·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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