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92곳 입찰제한
최대 기간인 2년 부과한 업체는 두곳 불과
가처분신청에 소송 진행하면서 회피 빈번
최근 전관업체 명단 허위 제출시 입찰제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뇌물제공 등을 일삼은 업체를 대상으로 입찰제한을 실시했는데 대부분 입찰제한 기간이 1.5개월에 불과하는 등 ‘솜방망이’ 제재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LH 본사 입구에 설치된 표지석.연합뉴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뇌물제공 등을 일삼은 업체를 대상으로 입찰제한을 실시했는데 대부분 입찰제한 기간이 1.5개월에 불과하는 등 ‘솜방망이’ 제재를 내린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LH는 전관 명단을 허위로 제출한 업체를 대상으로, 계약취소와 입찰제한을 예고했는데 이같은 제재로는 효과를 내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28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민의힘 박정하 의원이 LH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부터 올해 7월까지 LH가 입찰제한을 한 업체는 모두 92곳이다. 사유는 정당한 이유 없이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경우가 59%(54개사)로 가장 많았다. 이들 업체는 1∼6개월의 입찰 제한을 받았다. 이어 뇌물을 제공한 업체가 11개사(12%)로 뒤를 이었다. 허위 서류를 제출한 업체도 11개(12%)였다.

뇌물을 제공한 업체에 대한 입찰 제한 조치는 최대 3개월에 그쳤다. 도급순위 20위권인 A건설사는 2020년 뇌물 제공으로 1.5개월 입찰 제한을 받았다. 30위권인 B건설사와 40위권 C건설사 역시 각각 2019년과 2018년 뇌물 제공을 이유로 1.5개월 제재를 받고 끝났다.

허위 서류 제출은 3개월 또는 6개월간 입찰 제한이 이뤄졌다. D사는 계약에 관한 허위 서류를 제출해 지난달 26일 3개월 제한 조치를 받았다.

LH가 최대 입찰 제한 기간인 2년을 부과한 업체는 2018년부터 지금까지 단 3개사에 불과했다. 담합을 주도한 것이 이유가 됐다. 주식회사 마이다스아이티와 킹콩은 LH가 2013∼2016년 발주한 수십억원대 사이버 견본주택 입찰 때 담합했다는 이유로 2019년 2년 입찰 제한을 받았다. 지난 5월엔 LH가 발주한 임대주택 재산종합보험과 전세임대주택 화재보험 입찰 담합을 주도했다는 사유로 KB손해보험이 2년 제재를 받았다.

LH는 철근 누락 사태를 계기로 설계·시공·감리 등 공사 참가업체를 선정할 때 LH 출신 직원(전관)이 누가 있는지 명단을 의무적으로 제출하는 방안을 지난달 20일자로 즉각 시행했다. 이때 거짓 명단을 제출한 것으로 확인되면 계약을 취소하고 입찰도 제한한다.

다만 입찰 제한을 어느 정도로 둘 것인지는 아직까지 정해지지 않았다. 입찰제한 기간을 현행 최대치인 2년보다 더 길게 두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문제는 LH의 입찰 제한에도 업체들이 각종 편법으로 제재를 회피한다는 점이다. 제재가 부당하다며 처분을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내고, 집행정치 가처분 신청을 내 제재 효력을 정지시킨 뒤 아무런 문제 없이 다시 LH에서 하는 사업을 따내는 식이다.

겨경실련 신영철 국책사업감시단장은 “행정처분에 대한 이의제기 소송 절차는 1·2·3심까지 5년가량 걸리고, 소송 과정에서 법원이 과다하다며 처분을 깎기도 한다. 대형 업체들에 대한 입찰 제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는 경우는 거의 없는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김덕준 기자 casiopea@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