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로365] 투표하지 말라는 정치
진시원 부산대 일반사회교육과 교수
윤 대통령, 결단 혹은 독재의 정치
극우정치로 통합·소통 정신 사라져
40~50대 정치 혐오층으로 만들어
내년 총선 국민의힘 승리 전략 일환
정권 제대로 평가하고, 책임 물어야
능동적인 주권자의 바른 자세 절실
요즘 이런 질문이 많다. 왜 윤석열 대통령은 극우 정치를 하는가? 그러면 중도층이 윤 정부에 등을 돌리고 내년 총선에서 국민의힘이 승리하기 어려울 텐데 이해하기 어렵다는 취지다. 이유는 크게 두 가지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극우정치를 하는 첫 번째 이유는 간단하다. 대통령 본인이 그렇게 하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자기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사람이다. 좋게 말하면 결단의 정치고 나쁘게 말하면 독재 정치다. 검사 시절부터 윤 대통령은 안하무인식 독불장군 행보를 보여 왔다. 대통령이 된 이상 독불장군에게 조언이나 쓴소리하기는 더 어렵다. 객관적인 참모들은 쫓겨나거나 입을 다물고 듣기 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만 곁에 남는다. 지금 대통령 곁에 힘 있는 사람들은 ‘공산당 기관지’ 발언을 한 이동관 방통위원장 후보자처럼 극우 성향의 돌아온 MB맨들과 극소수 극우 유튜버처럼 전직 대통령을 빨갱이라고까지 지칭하는 극우 인사들이다. 그 결과는 대통령발 극우 정치의 일방통행과 폭주뿐이다.
윤 대통령이 극우정치를 하는 두 번째 이유는 다분히 선거공학적이다. 지금 우리 유권자들은 연령에 따라 특성이 명확하다. 20~30대, 40~50대, 60대 이상 등 크게 세 가지 범주의 투표 세대가 존재한다. 잘 알다시피 40~50대는 진보 성향으로 민주당 지지층이 다수인 반면, 60대 이상은 보수 성향으로 국민의힘 지지층이 절대다수다. 문제는 20~30대다. 전통적으로 20~30대는 진보 성향이 다수였지만 지난 대선 전부터 서서히 보수화되기 시작했고, 지난 대선에서는 이준석 당시 당 대표가 20대 남성(이대남) 표를 끌어오는 데 성공하면서 국민의힘이 승리하는 데 기여했다
그러나 취임 이후 윤 대통령은 특유의 독단적이고 자의적인 권력을 행사해 왔고, 그 결과 통합과 소통의 정치는 한국 정치에서 사라졌다. 중도층은 실망하고 이들의 대통령에 대한 지지 철회는 지속되었다. 이대남도 마찬가지다. 페미니즘 논쟁을 통해 20대 여성과 이대남을 갈라치고 이대남의 표를 가져오는 데 성공했지만, 이들에게 약속한 여러 대선 공약은 취임 이후 상당 부분 사라졌다. 예컨대, 대표적인 친 이대남 정책인 여성가족부 해체는 계속 늦어지면서 현재 유야무야 상태다. 상황이 이러니 이대남은 윤 대통령에 대한 지지를 적지 않게 철회했다.
이런 상황에서 윤 대통령의 내년 총선 전략은 몇 가지로 정리될 수밖에 없다. 첫째, 이대남의 지지를 다시 회복하는 것이다. 지난 7월 6일 윤 대통령은 ‘청년정책 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국정의 기본 방향이 청년 정책이다” “청년들 덕에 당선됐다”는 발언을 내놓았다. 내년 총선에서 청년 표를 다시 확보하기 위한 포석에 나선 것이다.
둘째, 40~50대 민주당 지지층을 정치 혐오층이나 무관심층으로 만들어 내년 총선에서 투표를 덜 하게 만드는 것이다. 진보 성향의 40~50대 유권자를 정치 혐오층과 무관심층으로 만드는 방법은 상식적이지 않고 합리적이지도 않은 극우정치를 활성화하는 것이고, 정치를 이성과 상식을 벗어난 악다구니 정치, 적반하장 정치, 남 탓 정치, 갈등과 혐오의 정치로 만드는 것이다. 지금 국정을 책임지고 있는 윤 대통령과 여당의 정치는 바로 이런 정치다. 게다가 민주당 이재명 대표와 국회의원들에 대한 검찰의 지속적인 수사와 기소, 그리고 피의사실 언론 공표는 야당에 대한 실망과 비판을 계속 증폭시켜 왔다. 여야 모두에 대한 정치 혐오감과 무관심을 키우는 것이다.총선 투표율이 떨어지면 국민의힘이 유리하고, 투표율이 올라가면 민주당이 유리하다. 셋째, 60대 이상 유권자는 보수 성향의 유권자가 절대적인 다수다. 이들에게 극우 정치는 반감과 비판보다는 시원하고 옳은 정치라는 인식이 더 강하다. 윤 대통령의 극우정치는 당연히 60대 이상의 전통적인 보수층을 강하게 규합하는 효과가 크다.
내년 총선에 임하는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의 전략은 이렇게 보인다. 나라가 부강하고 민생이 편안한 정치가 아니라, 좋지 않은 방법을 통해서라도 어떻게든 선거에서 이기겠다는 것이 윤 대통령의 정치다. 이런 정치의 핵심은 야당 핵심 지지층이 정치에 환멸을 느끼고 무관심하게 만들어 투표를 안 하게 유도하는 것이다. 그런데 국민들에게 이런 식으로 투표하지 말라는 정치는 참정권을 통제하는 것으로 대의 민주주의의 최고 원리를 부정하는 행태다. 이런 정치는 나쁜 정치고 반드시 개선되어야 하는 정치다.
권력은 힘을 행사하지만 책임 또한 져야 한다. 대의 민주주의에서 책임은 기본적으로 선거를 통해 묻는다. 정치 혐오와 무관심은 안 된다. 투표를 안 하게 만드는 정권을 투표로 평가하고 책임을 묻는 국민이 되어야 한다. 이게 권력자들에게 질질 끌려다니는 중우(衆愚)가 아니라 능동적인 주권자의 바른 자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