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시 4조 원대 1금고지기 경남·국민은행 ‘쩐의 전쟁’
연말 계약 종료 4년 만에 격돌
경남 사수 사활·국민 공세 강화
2금고도 농협과 국민 재격돌
지역사회·시정발전 기여 변수
연간 4조 원대 울산시 1금고 관리권을 놓고 BNK경남은행과 KB국민은행이 4년 만에 리턴 매치를 벌인다. 2금고 쟁탈전 역시 NH농협과 KB국민은행 간 양자 대결로 치러진다.
울산시는 지난 24일과 25일 차기 울산시 1·2금고 지정 제안서를 접수한 결과 1금고에 경남은행과 국민은행이, 2금고에 농협과 국민은행이 각각 접수했다고 28일 밝혔다.
시는 9월 말 시 금고 지정 심의위원회를 열어 시 1·2금고를 지정한다. 평가 대상은 재무구조와 안정성, 시 예금·대출 금리, 시민 이용 편의성, 금고 관리 능력, 지역사회 기여도 등 5개 분야이다.
울산시 ‘금고지기’로 선정되면 2024년 1월부터 2027년 12월 31일까지 5조 원 규모 예산과 기금·유휴 자금을 굴린다.
일반회계와 기금을 관리하는 1금고의 경우 올해 예산 기준 4조 5554억 원, 특별회계를 담당하는 2금고는 6388억 원가량 울산시 자금을 관리한다.
현재 경남은행이 1금고, 농협이 2금고를 맡고 있는데 올해 말로 계약이 종료된다. 향토 은행이 없는 울산은 1997년 울산광역시 승격 후 약 26년간 경남은행과 농협이 나란히 지자체 곳간을 책임져 왔다. 국민은행은 2019년 공모 때 1, 2금고에 동시 도전했다가 고배를 마신 적 있다.
예년 같으면 경남은행과 농협의 무난한 수성이 점쳐졌으나, 올해 국민은행의 ‘울산 공략’이 만만치 않아 결과를 예측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국민은행은 최근 울산신용보증재단에 이례적으로 4억 원을 출연하고, 지역 내 소상공인에게 60억 원가량 대출 지원도 진행하는 등 울산에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행보가 울산시 금고 유치를 위한 정지작업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대형 시중은행의 예사롭지 않은 행보에 경남은행과 농협의 긴장감도 높아지고 있다. 특히 주금고를 맡는 경남은행은 어느 때보다 시금고 사수에 사활을 거는 분위기다.
무엇보다 울산시의 사명 변경 요구가 복병이 될 가능성이 높다. 김두겸 시장은 지난해 말 경남은행을 겨냥해 “울산시의 1금고를 맡기 위해서는 은행 이름에 ‘울산’을 넣어야 할 것”이라고 요구하면서 경남은행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경남은행 측은 현재 사명을 바꾸는 것은 주주총회, 금융감독원 심의 등을 밟아야 해 쉽지 않다고 보고 대신 은행지점 간판이나 직원 명함에 ‘울산’을 표기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나, 울산시의 입맛에 맞을지는 미지수다. 또 시는 4년에 110억 원 수준인 협력사업비를 대폭 올려달라고 요구 중인데 은행 입장에서 이를 무턱대고 받아들이기 힘든 형편이다.
여기에 은행별로 금융사고 같은 내부통제 이슈 등이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경남은행은 최근 직원의 수백억 원대 횡령 사건이 수면 위로 드러나 곤욕을 치르고 있고, KB 역시 미공개 중요 정보를 이용한 주식 거래가 당국에 발각되면서 신뢰도에 큰 타격을 받았다.
시 관계자는 “객관적이고 공정한 심사를 거쳐 4년간 시 자금을 안정적으로 관리할 우수한 금융기관을 선정하겠다”며 “지역사회와 시정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금융기관이 시금고로 지정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권승혁 기자 gsh0905@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