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영시·체육회 불협화음, 100억 황금알 대회마저 놓치나
市, 내년 춘계대학축구연맹전 유치 도전
2014년 이후 올해까지 10년 연속 개최
1, 2학년 대회 합쳐 연 100억 경제 유발
통영시장 태백서 연맹장 만난 의사 전달
전국대회 유치 시 시체육회 동의서 필수
체육회 거부하면 유치 신청서조차 못 내
경남 통영시와 시체육회 갈등이 체육계를 넘어 지역 경제로까지 불똥이 튈 판이다. 개정된 대한체육회 규정 탓에 시체육회 동의가 없으면 대형 체육 이벤트 유치가 불가능한 것으로 확인됐다. 당장 100억 원 상당의 경제 유발 효과가 기대되는 춘계대학축구연명전부터 빨간불이 켜졌다.
통영시는 지난 25일 강원도 태백시에서 열린 ‘제59회 추계대학축구연맹전’ 대회장을 찾아 내년 1, 2월 개최될 ‘제20회 1, 2학년 대학축구대회’와 ‘제60회 춘계대학축구연맹전’ 유치 의사를 피력했다고 29일 밝혔다.
두 대회는 한국대학축구연맹이 주최하는 전국단위 이벤트다. 특히 춘계연맹전은 그해 대학축구 첫 메이저 타이틀이 걸린 대회로 2014년부터 올해까지 10년 연속 통영에서 열렸다. 매년 50억 원 안팎의 지역 경제 파급효과를 창출하는 효자대회로 제 몫을 톡톡히 했다. 올해는 전국 대학 87개 팀 중 85개 팀이 출전해 역대급으로 치렀다.
1, 2학년 대회도 최근 3년간 통영에서 열려 한 해 30억 원 내외의 경제 효과를 창출했다. 여기에 대회 준비를 위해 상당수 대학팀이 통영에서 전지훈련을 소화하면서 관광 비수기인 동계 시즌에도 지역 상권에는 훈풍이 불었다.
이에 천영기 시장이 직접 추계연맹전이 열린 태백까지 달려가 한국대학축구연맹 변석화 회장을 만나 직접 대회 유치 의사를 전달했고, 변 회장도 긍정적으로 화답했다는 게 통영시 설명이다.
하지만 기대와 달리 내년 대회 유치를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체육계의 지적이다. 대한체육회가 지방체육회 동의 없인 전국단위 대회를 치르지 못하도록 규정을 바꿨기 때문이다.
대한체육회는 지난 5월 회원종목단체에 지자체로부터 전국규모 대회 유치 신청을 받을 때 반드시 해당 지방체육회의 사전 동의를 받도록 했다. 그동안은 지방체육회를 배제하고 지자체와 종목단체 간 협의만으로 대회 개최가 가능했다.
이에 따라 지자체가 대규모 체육대회를 열려면 관할 시군구체육회에 계획서를 첨부해 서면으로 동의를 구한 뒤, 회장 직인이 찍힌 동의서를 첨부해 종목단체에 신청서를 내야 한다. 지방체육회를 거치지 않으면 신청조차 못 하는 구조다.
그런데 최근 통영시와 시체육회의 관계가 살얼음판이다. 지방선거 과정에 쌓인 정치적 앙금이 체육회장 선거, 사무국장 인선을 거치며 증폭된 탓이다. 현 야당이 집권했던 민선 7기 시절 구성된 체육회 지도부가 지금까지 이어지면서 여당 시장과의 신경전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예산을 쥔 시는 체육회에 대한 이례적인 특정감사에 이어 올해부터 종목단체 보조금까지 직접 집행하고 각종 대회 때 체육회를 배제하는 등 체육행정 전반에서 체육회 존재를 지워나가고 있다
여기에 오는 10월 양산에서 개막하는 제34회 경상남도생활체육축전 참가비와 2023년 시민체육대회 개최 보조금 교부 요청도 묵살했다. 심지어 체육회 사무국에는 직원 인건비와 전기세, 사무용품비 등 최소한의 운영비만 지급하고 각종 수당은 삭감하거나 없앴다.
이런 극단적 대응은 지역 체육인들 사이에 공분을 사고 있다. 한 종목단체 관계자는 “운동하는 사람들 사이에선 해도 너무한다는 반감이 상당하다”며 “당장 (양산) 생활체육축전도 단체로 ‘보이콧’ 해야한다는 말까지 나오는 마당에 대회 유치 동의서를 써주겠냐”고 반문했다.
최근에야 바뀐 규정을 인지한 통영시는 난감하다. 시 관계자는 “시와 체육회 간 불화로 중요한 대회를 놓치면 양쪽 모두 면이 안 선다”면서 “예산 다툼과는 별개로 지역을 위한 일에는 이견이 없을 거라 보고 (체육회와) 적극적으로 소통하며 조율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