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걸’ 고현정 “대본 읽고 ‘드디어 올 게 왔구나’ 싶었어요”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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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기징역 수감 중인 김모미 역
“동료 안재홍·염혜란 연기 감탄”
“작품 좋으면 작은 역할도 좋아”

배우 고현정이 넷플릭스 ‘마스크걸’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배우 고현정이 넷플릭스 ‘마스크걸’로 시청자를 만나고 있다. 넷플릭스 제공

“저는 그동안 운이 좋았어요. ‘마스크걸’ 대본을 읽고 ‘드디어 올 게 왔구나’ 생각했죠.”

배우 고현정은 지난 18일 공개된 넷플릭스 오리지널 드라마 ‘마스크걸’과의 첫 만남을 이렇게 돌아봤다. 그는 이 작품에서 교도소 복역 중인 김모미 역할을 맡아 새로운 모습에 도전했다.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카페에서 만난 고현정은 “항상 비슷한 역할만 해왔는데 이 작품을 보고 반가웠다”며 “무조건 해야겠다고 결심했다”고 밝혔다.

이 드라마는 못생겼다는 이유로 가수의 꿈을 포기한 직장인 김모미가 밤에는 가면을 쓴 채 인터넷 방송을 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다룬다. 주인공 김모미 역할은 고현정과 나나, 이한별 세 명의 배우가 연기했다. 고현정은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수감된 지 10년이 지난 김모미를 연기했다. 고현정의 김모미는 딸이 위기에 처하자 필사의 사투를 시작한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 스틸 컷. 넷플릭스 제공 넷플릭스 오리지널 ‘마스크걸’ 스틸 컷. 넷플릭스 제공

고현정은 총 7개 에피소드 중 6회가 되어서야 등장한다. 공허한 눈빛과 헝클어진 머리카락, 푸석한 피부 등 오랜 수감생활 중인 김모미를 잘 표현했다. 고현정은 “얼굴을 어둡게 분장하고 기미를 만들어서 더 안 좋게 보이도록 했다”며 “감독님의 요청으로 머리카락도 숏컷으로 잘랐다”고 설명했다. “10년 동안 교도소에 있던 사람은 어떤 모습일지 생각하고 또 생각했어요. 긴장감을 어느 정도로 줘야 할지도 고민했죠. 깊은 강 바닥처럼 가만히 있다가 움직이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이 작품은 배우들의 파격적인 변신과 뛰어난 연기력으로 호평을 받았다. 작품 전반에 깔린 기괴한 분위기와 캐릭터 서사의 아쉬움도 배우들의 열연으로 상쇄시켰다. 특히 배우 염혜란과 안재홍의 연기는 작품 공개 후 큰 화제가 됐다. 고현정은 “안재홍 씨의 연기를 보고 너무 놀랐다”며 “그 모습을 보면서 ‘연기란 이렇게 하는 거구나’라는 걸 느끼고 스스로 반성했다”고 극찬했다. 그는 “나도 몸을 아끼지 않고 열심히 했지만, 안재홍 씨에겐 안 되더라”면서 “일본어로 ‘아이시테루!’(사랑합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을 보면서 ‘이건 진짜’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강조했다. 이어 “안재홍 씨에게 연기로 밀렸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웃은 뒤 “염혜란 씨한테도 그런 좋은 자극을 받았다”고 했다.

고현정은 이날 후배 스타들에게 애정 어린 시선을 전하기도 했다. 그가 과거 ‘연예인은 스스로 도마 위에 올라갈 줄도 알아야 한다’고 한 발언은 아직도 회자되고 있다. 이 생각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단다. 그는 “여러 환경 때문에 연예인들이 우울증에 많이 걸리는 것 같다”면서 “아파하며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하고, 데뷔 안 했으면 좋았을 걸 후회하기도 하는 것 같더라”고 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요즘은 그 ‘도마’가 많이 커지고 넓어진 것 같아서 후배들이 많이 걱정된다”고 덧붙였다.

1989년 제33회 미스코리아 선발대회에서 ‘선’으로 선발된 뒤 지금껏 대중의 관심을 받으며 살아왔다. 고현정은 자신의 연기 인생을 돌아보며 ‘운이 좋았다’고 했다. 그는 “난 항상 2등이었다”며 “미스코리아 때부터 대표작에서도 그랬는데 운이 좋아서 그런지 주인공처럼 비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덧붙였다. “전 그냥 많이 쓰이고 싶어요. 어떤 역할이든 상관 없죠. 작품만 좋다면 작은 역할도 좋아요. 더 늙기 전에 데뷔작 ‘대추나무 사랑걸렸네’의 말숙이처럼 밝은 역할도 하고 싶습니다.”



남유정 기자 honeybee@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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