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과 현대무용의 만남이 기대되는 ‘휴먼 베토벤’
이태상 안무·연출… 9월 2일 금정문화회관
청력 상실 베토벤 고독 작가적 상상력 재구성
무용수 몸이 악기가 돼 ‘합창’ 곡과 어우러져
무대는 오선지가 되고, 허들은 마디가 된다. 무용수의 몸은 음표가 돼 마치 곡을 연주하듯 움직인다. 듣기만 하는 음악이 아니라 보는 음악으로 변신을 시도한다. 베토벤과 현대무용의 만남이 기대되는 ‘휴먼 베토벤’이 오는 9월 2일 오후 5시 금정문화회관 금빛누리홀 무대에 오른다. 현대무용가 이태상 신라대 교수가 안무와 연출을 맡았다.
이번 작품의 모티브는 베토벤 교향곡 9번이다. 베토벤 자신이 부제를 붙이진 않았지만, 통칭 ‘합창’ 혹은 ‘합창 교향곡’이라고 부르는 곡이다. 1824년 베토벤이 작곡한 아홉 번째 교향곡이자 마지막 교향곡이다. 베토벤이 청력을 완전히 상실한 상태에서 쓴 작품이기도 하다.
이 교수는 “청력을 상실하고 고통 속에서 홀로 고뇌하던 베토벤의 고독과 합창 교향곡 형식에 초점을 맞추었다”면서 “베토벤의 잃어버린 청력 이미지를 작가적 상상을 이용해 재구성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사실 음악인으로서 귀머거리가 된다는 것은 사형선고나 다름없다”면서 “이번 무용 작품은 베토벤의 청력이 악화함에 따라 마주하게 되는 또 다른 내면을 통해 베토벤이 느꼈을 법한 고독의 깊이를 나타내는 동시에 이를 극복하는 모습을 담아낸다”고 설명했다.
작품은 아무도 없는 빈 공간에 30여 개의 보면대만 덩그러니 놓여 있는 무대에 등장한 지휘자가 망치를 들고 지휘하는 모습으로 시작한다. 그는 전문 지휘자는 아니고 조각가여서 지휘봉 대신 망치를 들었다고 한다. 이게 어울리기도 하고 의외성을 주기도 한다. 그리고 작품은 츰과 노래(합창)로 이어진다. 이 교수는 “신이 질투한 천재 음악가도 결국 인간이었다는 점을 보여주는 동시에 남성 춤의 아름다움과 여성 춤의 우아함, 그리고 합창이 결합함으로써 탄생한 ‘휴먼 베토벤’을 그리고 싶었다”고 밝혔다.
작품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교수는 직접 해설도 맡는다. “일반인에게 현대무용은 다소 생소할 수 있습니다. 불친절한 면도 없지 않고요. 각자 알아서 생각할 수도 있지만, 관객의 작품 이해도를 높일 수 있다면 때론 해설도 필요할 거로 생각해 도입하게 됐습니다. 합창단까지 치면 34명이 여름방학 내내 무더위와 싸워서 만든 작품인 만큼 많은 분이 와서 봐주면 좋겠습니다.”
이번 공연에 출연하는 손영일(신라대 외래교수), 이종윤(신라대 겸임교수), 이인우, 이진우, 조은정, 하현봉, 이원재, 김수민, 박채경, 이다은, 김동현, 김준태 등의 무용수는 ‘테스(Time Energy Space)’라는 모임도 결성했다. 따로 또 같이 모여서 무용 작업을 지속하기 위해서다. 합창 연주는 19명의 해피 앙상블 단원이 담당했고, 지휘자 역에 도태근 신라대 교수가 특별 출연한다. 공연 문의 051-999-5363. 전석 3만 원.
김은영 선임기자 key66@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