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을 여는 시] 눈물/김현승(1913~19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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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러는

옥토(沃土)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이고저…

흠도 티도,

금 가지 않은

나의 전체는 오직 이뿐!

더욱 값진 것으로

드리라 하올 제,

나의 가장 나아종 지닌 것도 오직 이뿐!

아름다운 나무의 꽃이 시듦을 보시고

열매를 맺게 하신 당신은

나의 웃음을 만드신 후에

새로이 나의 눈물을 지어 주시다.

- 시집 〈김현승 시초(詩抄)〉(1957) 중에서


결정(結晶)은 순수다. 순수는 강하고 단단한 것을 지향한다. 상상력의 측면에서 순수의 상징인 결정체는 지고의 가치를 지녔기 때문에 영롱하고, 영원불멸의 특성을 가졌기 때문에 신비롭다. 김현승 시인은 순수의 대표적인 사물인 ‘눈물’을 견고한 결정의 이미지로 제시한다. 사람이 흘리는 눈물이야말로 신에게 바치는 순정한 제물이자 신이 인간에게 내리는 순수한 사랑이란 점에서 가장 아름답고 영원한 보석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시는 어린 아들을 병으로 잃고 그 슬픔을 달래기 위해 쓴 것이라고 알려져 있다. 슬픔의 실체인 눈물을 ‘흠도 티도/ 금가지 않은’ 결정체에 비유하고, 나아가 ‘옥토에 떨어지는 작은 생명’, 즉 ‘씨앗’에 비유하여 죽은 자식과 동일시한다. 그리고 이를 신에게 바치는 봉헌물로 상상함으로써 자식에게 주어진 죽음을 영원한 구원의 의미로 승화시킨다. 하나의 죽음을 슬픔의 정수인 눈물 속에서 천상의 보석으로 태어나게 하는 신비를 보여주고 있다. 김경복 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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