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부산시 행정 난맥상 드러낸 1부두 도서관 추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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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물 신축 안 해야 할 장소에 건립
세계유산 등재 악영향, 철회해야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부산 근대문화유산 9곳 가운데 한 곳인 부산항 북항 1부두. 김종진 기자 kjj1761@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등재된 부산 근대문화유산 9곳 가운데 한 곳인 부산항 북항 1부두. 김종진 기자 kjj1761@

부산시가 건축물 신축을 허용하지 않아야 할 부산항 북항 1부두에 개인 기부자 명의의 도서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다. 건물을 새로 지어서는 안 되는 곳에서의 도서관 신축은 납득할 수 없는 행정이다. 1부두는 현재 유네스코 세계유산 잠정목록에 올라 있는 ‘한국전쟁기 피란수도 부산의 유산’ 9곳 중 핵심 장소로, 새 건축물 건립이 일절 허용되지 않는 것이 세계유산에 등재되기 위한 요건이기 때문이다. 이는 문화유산 보호 차원에서다. 시의 1부두 내 도서관 건립 추진은 역시 시가 2015년부터 공을 들여 진행해 온 세계유산 등재사업에 배치될 뿐만 아니라 전체 유산의 등재에 큰 걸림돌이 되는 까닭에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는 일이다.

1부두 내 도서관 신축은 지난 3월 한 재력가가 200억 원을 기부해 자신의 이름을 내건 도서관을 짓고 싶다고 시에 제의한 게 발단이 됐다고 한다. 이에 시는 기부 희망자에게 1부두 등 3곳을 도서관 후보지로 제안해 이곳이 낙점됐다는 것이다. 부산에 국회부산도서관을 비롯, 번듯한 도서관이 많아 시급하지 않은 데다 다른 부지도 있을 텐데 시가 즉각 반응하며 1부두 제공에 앞장섰다고 하니 정말 어이가 없는 행태다. 시 스스로 대표적 근대문화유산인 1부두의 원형을 훼손해 자체 역점사업인 세계유산 등재까지 망칠 수 있는 결정이 아닐 수 없다. 1부두와 등재사업의 중요성이나 내용을 모를 리 없는 시가 행정 난맥상을 드러낸 셈이다.

이에 대해 강한 반발이 나오는 것은 당연한 수순일 것이다. 문화재청은 최근 세계유산 최종 등재는커녕 잠정목록 등재마저 취소될 수 있다며 시에 도서관 계획 철회를 요청한 상태다. 교수 등 전문가들도 시 계획이 세계유산 등재를 포기하는 처사라고 비판한다. 시민들이 정부의 북항 1단계 재개발사업 과정에서 철거와 바다 매립에 강력히 반대해 지켜 낸 1부두이며, 등재사업의 핵심 시설이어서다. 더욱이 1부두는 2030월드엑스포 유치를 위한 핵심 전략인 ‘부산 이니셔티브’를 상징하는 중요한 공간인 만큼 도서관 건립으로 그 가치와 원형이 훼손되면 절대 안 된다.

사정이 이런데도 시는 도서관 강행 움직임을 보여 문제다. 내달 10일께 기부자와 약정식을 가진 뒤 세계유산 등재에 문제가 없도록 도서관을 추진해 2025년 준공·개관할 예정이란 게 시의 설명이다. 주위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굳이 이렇게까지 무리하게 추진하려는 저의가 무엇인지 궁금하다. 등재사업 차질과 엑스포에 대한 악영향을 무시한 시의 처사는 시민들로부터 불필요한 의혹을 사기에 충분하다. 시정을 감시·견제하는 부산시의회가 꼼꼼하게 살피고 따져야 할 대목이다. 시의회는 추진 이유와 경과 등을 철저히 밝혀 증폭하는 의구심을 명쾌하게 풀어 주길 바란다. 시는 황당한 도서관 건립을 접고 세계유산 등재 노력에 더욱 집중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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