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어린이대공원 재정비에 명도 소송까지 걸린 30년 무료급식소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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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시 땅에 지은 봉사단체 건물
진입광장 재정비에 철거될 상황
대체부지 이견 못 좁혀 결국 소송
철거 땐 취약계층 돌봄 공백 우려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입구에 위치한 무료급식소. 나웅기 기자 wonggy@ 부산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입구에 위치한 무료급식소. 나웅기 기자 wonggy@

30년 동안 부산 어린이대공원에서 나눔을 실천한 지역 봉사 단체의 무료급식소가 진입 광장 재정비 사업으로 떠날 위기에 처했다. 봉사 단체는 시에 대체 부지 마련을 요구하고 나섰다. 반면 시는 단체와 충분한 논의를 거쳤지만 협의가 되지 않았고, 원활한 사업 진행을 위해 무료급식소를 철거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세우면서 양측의 갈등은 지속될 전망이다.

부산시는 부산진구 초읍동 어린이대공원 진입 광장 재정비 사업 추진을 위해 공원 입구에 위치한 (사)아름다운사람들을 상대로 명도 소송을 제기할 예정이라고 29일 밝혔다. 아름다운사람들은 국내외 사회 취약 계층을 돕는 봉사 단체다. 1989년 부산 어린이대공원에서 노인 무료급식 활동부터 시작했다. 현재 회원 규모만 3000여 명에 이른다.

논란의 중심에 놓인 부지는 (사)아름다운사람들의 무료급식소가 위치한 공원 입구이다. 해당 부지는 시 소유 땅으로, 약 30년 전 단체가 무료급식 봉사를 편히 할 수 있도록 시가 1층짜리 건물을 마련해 준 것으로 전해진다. 단체는 지금까지 자리를 지키며 결식노인과 노숙인들을 위해 무료 급식 봉사를 펼쳐왔다.

시는 원활한 어린이대공원 진입 광장 재정비 사업 추진을 위해 무료급식소 철거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시는 공원 재정비 사업의 일환으로, 입구에 위치한 노후화된 화장실과 무료급식소를 없애고 연면적 약 490㎡ 2층짜리 통합관리센터를 내년 하반기까지 건립할 계획이다. 센터는 공원 안내소와 치안센터, 북카페, 헬스케어센터 등으로 구성된다. 시민 접근성 등을 고려했을 때 통합관리센터 위치로 무료급식소 부지가 최적지라는 게 시 측의 설명이다.

시와 단체는 무료급식소 이전 문제를 지속적으로 논의했지만 끝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2017년부터 양측은 무료급식소 이전 논의를 시작했다. 공원에 결식노인과 노숙인이 몰려들자 이로 인한 민원이 잦았고 무료급식소 위치가 향후 시의 공원 정비 사업에 차질을 빚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양측은 이전 문제와 관련해 수년 동안 의견차를 쉽게 좁히지 못했다. 올해 무료급식소가 새로운 공간으로 이전할 가능성도 있었지만, 단체가 봉사활동을 이어나가기에 제약이 많은 곳이라 최종 무산됐다. 양측은 다시 평행선을 달렸고 결국 시는 어린이대공원 입구 재정비 사업 진행을 위해 끝내 명도 소송이라는 카드를 꺼냈다.

시 관계자는 “봉사 단체가 사용하고 있는 부지는 시 소유 땅”이라며 “단체가 활동할 수 있는 대체 부지와 공간 마련을 위해 시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단체와 협의도 많이 했지만 결국 절충점을 찾지 못했다. 원활한 사업 추진을 위해 불가피하게 명도 소송을 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단체는 무료급식소 대체 부지를 확보하지 못한 채 표류할 위기에 처했다. 결식노인과 노숙인이 밀집한다는 이유로 무료급식소가 시민들이 꺼려 하는 기피시설로 낙인찍히는 바람에 단체 스스로 장소를 물색하기 어려운 실정이다. 지자체가 나서지 않는다면 어느 곳에서도 환대 받지 못할 가능성이 큰 것이다.

단체는 이런 사정으로 봉사 가능한 장소 마련을 시가 물색해줄 것을 꾸준히 요구해왔다고 했다. 대체 부지 마련 없이 무료급식소를 철거하게 되면 지역 복지 공백이 발생할 수 있다고도 우려했다. 무료급식소는 화요일을 제외하고 매일 운영된다. 많게는 하루 200~300명 정도 결식노인이 찾는 장소다. 코로나19 때는 도시락을 만들어 배달까지 하면서 봉사를 실천했다. 당장 단체가 어린이대공원을 떠나면 무료급식소를 방문하던 취약계층의 돌봄 공백이 생긴다고 주장한다.

아름다운사람들 관계자는 “정부나 시의 지원을 받는 단체도 아니고 말 그대로 자원봉사자들로 이뤄진 사회봉사 단체이다. 대책 없이 무료급식소가 철거된다면 매일 200명 정도 급식소를 방문하는 노인들이 식사를 할 수 없게 된다”며 “시가 대체 부지 마련을 위해 협의를 적극 이어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나웅기 기자 wonggy@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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