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니워커 블루라벨이 비싼 이유는?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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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러 인사이드/황지혜

예술작품·디자인·브랜드에 담긴
일상 속 컬러 흥미로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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옐로(노랑)는 태양을 닮은 색이다. 에너지를 가득 품어 사방에 고루 나누어 준다. 에너지가 높은 옐로는 심리학적으로도 긍정적이고 영향력이 큰 컬러다. 최초의 옐로는 점토로 만든 황토색 안료로 1만 7000년 전 그려진 프랑스 라스코 동굴의 노란 말에 채색돼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 옐로는 주로 황금의 색으로, 썩지 않고 영원하며 파괴할 수 없는 절대적 존재로 여겨졌다.

18~19세기에 이르러 옐로는 합성 안료로 개발돼 많은 예술가에게 사랑받는다. 영국의 국민화가 윌리엄 터너는 작품 ‘비, 증기, 속도-대서부 철도’에서 최초로 화려한 옐로를 선보였다. ‘해바라기’ 연작, ‘별이 빛나는 밤’ 등 명작을 남긴 빈센트 반 고흐는 작품 속에 다양한 옐로를 사용했다. 그는 밝은 ‘레몬 옐로’부터 찬란한 빛을 발하는 ‘크롬 옐로’, 차분한 ‘인디언 옐로’에 이르기까지 미묘하게 다른 옐로를 보색 또는 유사색과 배색해 시시각각 변하는 자신의 감성과 느낌을 한껏 담아냈다. 이런 다각도의 노력과 시도가 고흐를 옐로의 대가로 만들어 낸 것이다.

<컬러 인사이드>는 예술 작품, 영화, 디자인, 브랜드 등 일상 속 컬러 이야기이다. 20년 차 CMF(컬러, 소재, 마감) 디자이너인 저자는 냉철하고 독특한 시선으로 빨강, 파랑, 초록, 노랑, 주황, 보라, 핑크, 검정, 하양 등 아홉 가지 컬러를 설명한다. 컬러의 시각적 특징, 심리적 영향, 컬러에 담긴 흥미로운 스토리를 전한다.

블루(파랑)와 관련된 이야기 중에서는 조니워커의 블루라벨이 왜 비싼지를 소개하는 부분이 눈길을 끈다. 블루는 구현이 어렵고 파란색을 띠는 생물이 많지 않아 ‘흔하지 않은, 비범한, 월등한’ 대상으로 여겨져 왔다. 유럽에서 ‘블루 블러드’는 흔치 않은 혈통, 즉 귀족을 뜻한다. 프랑스의 루이 13세는 ‘로열 블루’의 망토를 즉위식에 입었고, 루이 14세는 이 컬러에 금색 실로 장식한 의복을 즐겨 입었다고 한다. 또 영국 최고의 권위를 갖는 가터 훈장 역시 같은 의미로 ‘블루리본’을 수여한다. 조니워커의 블루라벨에도 이와 같은 블루의 ‘비범한, 월등한, 뛰어난’ 의미가 담겨 있다. 특히 이 브랜드의 라벨 컬러는 최초의 컬러 마케팅 사례로도 손꼽힌다. 이는 1909년 존 워커의 손자 알렉산더 워커 2세가 위스키 맛을 라벨 컬러로 구분 지어 판매하며 시작됐다. 당시 문맹률이 높은 사람들이 술의 이름을 읽지 못하는 것을 감안해 누구나 쉽게 식별하고 인지할 수 있는 컬러를 라벨에 적용한 것이다.

그래피티 아티스트 키스해링은 “레드에는 눈길을 사로잡는 강력한 마력이 있다. 그래서 나는 내 모든 작품에 레드를 쓴다”고 말했다. 레드(빨강)는 힘과 권력, 혁명, 전쟁, 수치와 죄 등 상징적 의미를 갖고 있다. 르네상스 시대에 이르러 레드는 의복 컬러로 사랑받았다. 당시 왕과 교황, 귀족 계급에서 레드는 권력과 힘의 상징이었다. 이렇게 사랑 받아오던 레드는 프랑스 혁명 시기를 거치며 주로 정치적으로 활용된다. 자유와 변화를 부르짖는 혁명 계급의 상징으로 주로 깃발과 구호, 심볼 컬러로 사용됐다. 야수파의 창시자인 화가 앙리 마티스는 원색의 강렬한 레드를 즐겨 썼다. 당대 라이벌이었던 파블로 피카소는 마티스를 두고 “그의 뱃속에는 태양이 들어 있다”고 했다. 피카소가 형태의 재구성을 통해 입체파의 창시자가 됐다면, 마티스는 컬러의 재구성으로 야수파의 창시자가 됐다. 저자는 “마티스의 찬란한 레드가 전하는 내면의 태양이 우리 모두에게 위로와 힘이 되어주면 좋겠다”고 말한다. 황지혜 지음/크레타/312쪽/1만 9000원.



김상훈 기자 neato@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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