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보험금 노리고 54년 만에 나타난 엄마…2심도 친모 손 들어줬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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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보험금 2억 3000만원, 친모 소유 인정
“딸에게 1억은 줘라” 법원 중재안도 거부
“연락 한 번 없다가…엄마도, 사람도 아냐
이런 판결 믿어지지 않아, 참담한 심정”
‘구하라법’ 국회 통과 촉구하기도

31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 앞에서 고 김종안 씨의 누나인 김종선(61) 씨가 현수막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안준영 기자 jyoung@ 31일 오후 부산 연제구 부산고등법원 앞에서 고 김종안 씨의 누나인 김종선(61) 씨가 현수막을 들고 1인 시위를 하고 있다. 안준영 기자 jyoung@

54년간 연락 한 번 없다가 아들이 죽자 사망 보험금을 챙기기 위해 나타난 80대 친모가 결국 보험금 전액을 갖게 됐다. 어린시절 엄마에게 버림 받았던 딸이자 사망한 선원의 누나는 “재판부가 어떻게 이런 판결을 내릴 수 있느냐”며 울분을 토했다.

부산고법 2-1부(부장판사 김민기)는 31일 오후 고 김종안 씨의 사망 보험금을 둘러싼 공탁금 출급청구권 확인 소송에서 김 씨의 누나인 김종선(61) 씨의 청구를 기각하고 친모의 손을 들어줬다. 1심에 이어 2심마저 김종안 씨의 사망 보험금 2억 3776만 4430원을 친모의 소유로 인정한 것이다.

앞서 재판부는 사망 보험금 중 약 40% 정도의 돈을 딸과 나누고 소송을 마무리 짓자며 화해권고결정을 내렸다. 하지만 친모 측이 법원의 중재안에 이의신청서를 제출하며 이를 거절해 무산됐다.

성실한 선원이었던 김종안 씨는 2021년 1월 거제 앞바다에서 어선을 타다 폭풍우를 만나 목숨을 잃었다. 이에 김종안 씨 앞으로 사망 보험금 2억 3000여만 원과 선박회사의 합의금 5000만 원 등 3억 원가량의 보상금이 나왔다.

이 소식을 전해 듣고 나타난 그의 친모는 민법의 상속 규정에 따라 보상금을 가져가겠다고 주장했다. 아이들을 버려두고 사라진 지 54년 만이었다. 그러나 1심을 맡았던 부산지법은 현행 민법에 의거해 ‘아들의 사망 보험금 2억 3000여만 원을 지급해달라’는 친모의 청구가 이유 있다며 인용 판결을 내렸다.


김종선(오른쪽) 씨가 동생인 고 김종안 씨와 함께 찍은 사진. 김종선 씨 제공 김종선(오른쪽) 씨가 동생인 고 김종안 씨와 함께 찍은 사진. 김종선 씨 제공

김종선 씨는 “친모는 동생이 두 살 무렵 떠난 후 한 번도 우리 삼남매를 찾아오지 않았고 따뜻한 밥 한 그릇도 해준 적 없다. 그를 엄마라고 불러보지도 못했다”며 “친오빠가 1999년 교통사고로 생을 마감했을 때도 경찰서를 통해 연락이 갔지만 오지 않았다. 정말 본인의 자식이라고 생각했다면 그렇게 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런데 이제 막냇동생이 죽자 갑자기 나타나 거액의 재산에만 눈독을 들이고 있다”며 “생모는 동생의 통장에 있던 1억 원의 현금과 동생이 살던 집도 모두 자신의 소유로 돌려놓았다. 이 친모는 엄마도, 사람도 아니다”고 울분을 토했다.

판결 직후 김종선 씨는 “재판부의 판단이 믿어지지가 않는다”며 “두 살 때 자식을 버린 친모를 부모로 인정해주는 법이 어디에 있나. 어떻게 이런 판결이 나올 수 있느냐”고 울분을 토했다. 이어 김 씨는 “동생의 사망 보험금을 친모에게 주느니, 국가에서 전액 환수해 갔으면 좋겠다는 심정”이라며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날 부산고법은 보도자료를 통해 “김종선 씨는 친모와 김종안 씨 등이 아무런 교류가 없었다고 주장하는데, 사진과 문자 기록 등을 볼 때 그렇지는 않아 보인다”며 “아이들을 양육하지 않은 것에 대한 책임과 보험금을 둘러싼 분쟁 악화의 원인이 오로지 친모에게만 있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설명했다.

법원은 또 “친모가 얻는 이익보다 자녀들이 입을 손해가 현저히 크다고 해도 그러한 사정만으로 이를 권리남용이라 할 수는 없다”며 “김종안 씨가 사망 전 사실혼 관계를 맺고 있었는지 또한 확인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이번 판결로 국회에 계류 중인 ‘구하라법’에도 관심이 다시 한 번 집중될 전망이다. 양육 의무를 지키지 않은 부모의 재산 상속을 금지하는 법안으로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이 2021년 관련 법안을 내놨고 법무부도 작년 6월 비슷한 내용의 법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이들 민법 개정안은 가수 고 구하라 씨의 오빠 구호인 씨가 ‘어린 구 씨를 버리고 가출한 친모가 구 씨 사망 이후 상속 재산의 절반을 받아 가려 한다’며 이를 막기 위해 입법을 청원해 구하라법으로 불리고 있다. 그러나 여야 정쟁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한 채 계류되고 있다.

김 씨는 “부모에게 버림받은 자식들은 법의 사각지대에서 두 번 고통받고 있다. 법이 저희 같은 자식들에게는 너무나도 부당하다”며 “구하라법에 관심을 주시길 부탁드린다”고 호소했다.


안준영 기자 jyoung@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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