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국제대 45년 만에 역사 속으로
31일 폐교…경남지역 대학 첫 사례
편입학 진행 속 폐교절차 ‘산 넘어 산’
극심한 재정난으로 학교법인이 파산하는 등 부침을 겪어왔던 경남 진주시 한국국제대학교가 31일 폐교했다. 이에 따라 지역과 함께 동고동락 해왔던 45년의 세월도 역사 속으로 사라졌다.
폐교 당일인 31일, 한국국제대에 더 이상 학생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폐교까지 모든 법적 절차가 마무리됐으며, 이미 엘리베이터를 비롯한 편의시설은 대부분 작동을 멈춘 상태다.
이따금 짐을 정리하는 몇몇 직원들의 모습만 보일 뿐, 교내에는 적막감마저 감돌았다. 사무실 짐 정리는 9월 중순까지 진행될 예정이다.
1978년 3월 개신교계 여자 전문학교인 진주여자실업전문학교로 개교한 한국국제대는 이후 진주전문대학을 거쳐 2003년 4년제 진주국제대로 승격했다. 이후 2008년 3월부터는 한국국제대로 교명을 변경했다.
유아교육과와 특수교육과, 간호학과, 경찰·소방행정학과 등 실용학과를 중심으로 인재를 배출해왔지만, 2011년과 2015년 감사 지적에 이어 2018년 재정지원제한대학에 선정되면서 정부 지원이 끊겼다.
이후 재정난이 가중된 한국국제대는 미납된 공과금과 체불 임금이 110억 원을 넘겼고, 지난 7월 법원이 학교법인 파산을 선고하면서 본격적인 폐교 절차에 들어갔다.
일부 구성원들은 올겨울까지 학사를 운영하고 4학년을 졸업시킨 뒤 폐교하자는 의견을 제시했지만 파산관재인과 법원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결국 31일 폐교가 결정됐다. 경남지역 대학 가운데 문을 닫은 첫 사례다.
학생들의 편입학은 속도를 내고 있지만 일부 차질은 불가피하다.
교육부가 특별 편입학을 적극 추진한데다 경남지역 대학들이 하나 둘 지원에 나서고 있지만 촉박한 일정과 대학별 상이한 학사운영 정책, 학생 개개인의 사정들이 겹치면서 아직 진로를 잡지 못한 학생도 적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국제대에 등록된 휴·재학생 수는 모두 700여 명으로, 이 가운데 편입을 신청한 학생은 380여 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31일 기준으로, 이 가운데 경상국립대 편입학을 신청한 학생이 64명, 경남대 78명, 인제대 55명, 창원대 11명이다. 이밖에 간호학과 120명 전원은 창신대, 방사선과 15명 중 13명은 가야대로 학적을 옮기기 위해 편입학을 신청했다.
하지만 이들 모두가 편입학 하는 건 아니다. 각 대학별 입학 전형에 합격 여부를 따져봐야 한다.
또 편입학 신청을 중복으로 할 수 있기 때문에 전형에 합격하더라도 등록금을 내기 전까지는 몇 명이 편입학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는 실정이다.
편입학을 하더라도 모든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다. 일단 학교를 옮긴 학생들이 새로운 환경에 잘 적응할 수 있을 지 미지수다. 대학별 학사 일정은 물론, 졸업학점이 다르고 학력 격차도 발생할 수밖에 없다.
여기에 편입학 학생 대다수가 진주에 살고 있기 때문에 당장 거주지 이전 문제가 발생한다. 실제 일부 학생들은 원룸 이중계약에 대한 부담을 호소하고 있다.
한 학생은 “원룸이 1년 계약이 돼 있는데 창원으로 가서 다시 원룸을 구해야 한다. 진주에서 매일 오갈 수도 없어서 걱정이 크다. 대학을 옮기더라도 아는 사람이 한 명도 없어 모든 정보를 혼자서 취합하고 수업을 받아야 한다. 동기들은 적응에 대한 걱정을 하고 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경남도의회 청년정책연구회장을 맡고 있는 정재욱 경남도의원은 지난 30일 편입학 학생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정 도의원은 학생들이 오롯이 감당하기 어려운 문제라며 지역사회 전체의 관심이 필요하다고 인정하기도 했다.
정 도의원은 “앞으로 편입학 대상 학생들과 정보를 공유하는 모임을 만들어 각종 상황을 체크하면서 실질적인 지원책이 마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 다음 달 중으로 중간 점검도 할 계획이다. 교육부 후속대책은 물론, 지자체나 지역사회 지원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고 말했다.
이밖에 100억 원을 넘긴 교직원들의 밀린 임금 문제와 건물 매각·활용 문제 등도 풀어야 할 숙제로 꼽힌다.
한국국제대 인근의 한 식당 주인은 “크게 보면 이것도 인구 유출이다. 청년들을 데리고 와도 부족한데 결국 모두 다른 도시로 가는 것 아니냐. 당장 기업 유치도 중요하지만 대학을 보호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인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현우 기자 khw82@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