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DSR 산출 기준 강화
50년 주담대, DSR 계산 시 40년
연봉 6500만 원 시, 한도 3500만 원 깎여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한도가 수천만 원 이상 줄어든다. 사진은 한 은행 대출 창구 앞. 연합뉴스

가계대출 급증의 주범으로 지목된 50년 만기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의 한도가 수천만 원 이상 줄어든다. 금융당국이 주담대 수요 억제를 위해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산출 기준을 강화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다음 주 행정지도를 통해 50년 만기 주담대의 산정 만기를 40년으로 축소하기로 했다. 약정 만기가 50년이어도 DSR 계산 때는 40년을 적용하겠다는 뜻으로 지난 30일 주요 은행의 대출 담당 부행장을 불러 이 같은 방침을 통보했다.

50년 만기 주담대는 원리금을 50년에 걸쳐 상환할 수 있는 대출 상품이다. 이번 조치로 산정 만기를 축소하면 대출 한도가 줄어드는 효과가 있다. 대출자 입장에서는 연간 원리금 상환액이 늘어 DSR이 오르게 된다.

예컨대 6500만 원 연봉자가 연 4.5% 금리로 50년 만기 주담대를 이용할 때 기존 약정만기(50년)대로 DSR 40%를 적용하면 대출 한도는 최대 5억 1600만 원이다. 하지만 같은 조건의 대출자가 50년 만기를 주담대를 받더라도 새 방식에 따라 만기를 40년만 적용받게 될 경우에는 대출 한도는 최대 4억 8100만 원 수준이다. 기존 방식보다 3500만 원(약 7%)의 한도가 깎이는 셈이다.

금융당국은 이른바 역차별 논란을 불러온 나이 제한은 두지 않기로 했다. 다만 주요 은행들은 이미 금융당국의 눈치를 보고 선제적으로 '만 34세 이하' 등 50년 주담대에 나이 제한을 걸어둔 상태다. 금융당국이 일할 수 있는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대출자가 상환기간이 긴 주담대를 이용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표명한 바 있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뱅크는 지난 25일 신청·약정 건부터 50년 만기 주담대에 연령 제한을 적용하기 시작했다. 카카오뱅크의 50년 만기 주담대는 앞으로 만 34세 이하만 선택할 수 있다. 45년 만기는 만 35~39세만, 40년 만기는 만 40세 이상만 선택 가능하다.

한편 금융당국은 50년 만기 대출 기준 변경뿐 아니라 금융권의 자율적 가계대출 관리 노력도 당부한 것으로 전해진다.

특히 다주택자·집단대출 등의 부문에서 대출이 크게 늘어나지 않도록 취급 과정에서 주의를 기울이고, 전체 상환 부담이 늘어나는 점 등 50년 만기 대출의 위험에 대해서도 대출자에게 충분히 설명해달라고 요청했다.

김진호 기자 rpl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