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영희와 함께 읽는 우리 시대 문화풍경] 시대와 길항하는 영화의 새로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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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대 대학원 예술·문화와 영상매체협동과정 강사

부산인터시티영화제 출품작 ‘승우’. 부산일보DB 부산인터시티영화제 출품작 ‘승우’. 부산일보DB

영화는 새로운 예술이었다. 1895년 프랑스에서 처음 선보였다 하니 한 세기 남짓하다. 대중들은 근대의 경이롭고도 낯선 이 매체의 등장에 어떻게 반응했을까. 역동적인 이미지와 내러티브가 대중의 눈과 귀를 사로잡으며 삶과 문화 양식의 변화를 이끌었다. 기술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영화의 힘과 영향력은 한층 강해졌다.

지난날 영화는 지배체제의 선전과 교육, 대중계몽에 적극적으로 동원되었다. 나치 선전영화와 문화영화가 대표적이다. 식민지시대에는 식민 통치를 정당화하거나 근대성을 주입하는 도구로 기능했다. 해방기 미군정은 문화를 통해 민주주의의 가치를 사회 전 부문에 관철하고자 했다. ‘미곡수집(Rice Collection)’ ‘인민투표(People Vote)’와 같은 문화영화는 문화정치의 최전선이었다. 영사기와 발전기를 장착한 지방계몽용 특설영화차가 전국을 순회하며 대중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한국전쟁기 제작한 리버티뉴스도 마찬가지다.

오늘날 영화는 저항과 도전을 표현하는 주된 매체다. 독립영화는 권력구조에 저항하거나 상업적 성공을 위한 진부한 양식이나 내용으로부터 벗어나고자 한다. 독창적인 영화언어를 창조하고 실험하기도 한다. 주류 상업영화가 다루지 않는 정치·사회적 쟁점을 주제로 문제를 제기하고 대안을 모색하며, 작가의 독특한 시선과 독창적 기법을 통해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각별하다.

지난주 제7회 부산인터시티영화제가 막을 내렸다. 12개 도시에서 제작한 영화 24편 가운데 부산 영화가 4편이다. ‘승우’(이해솔)는 형제복지원 피해자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침묵과 망각을 강요해온 국가폭력에 대한 대항기억의 서사다. ‘엄마의 정원’(장인자)에는 엄마의 평범한 일상과 질박한 목소리를, ‘강을 건너는 사람들’(이남영)은 엄마와 화해에 이르는 여정을 담았다. ‘사랑에 관한 작은 창문’(김나영)은 히치콕과 키에슬로프스키의 영화를 콜라주한 실험적 작품이다. 부산 섹션은 지역의 거대담론에서부터 소소한 일상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예술은 시대와 길항한다. 1950년대 프랑스 영화의 새로운 물결 누벨바그가 더 이상 새로운 그 무엇이 아니라 한 시대의 사조로 남은 것처럼 말이다. 한때 대중은 지배체제가 만들어낸 외부적 내러티브에 정서와 의식을 점령당했다. 때로는 영화의 본질적 내러티브를 경험하며 시대와 세계를 감각적으로 인식하기도 했다. 이제 대중은 영화의 내러티브에 직접 참여하며 세계의 내러티브를 만들어간다. 영화가 새로이 독립을 선언해야 할 대상은 정치나 자본만이 아니다. 어디 영화뿐이랴. 오늘의 예술이란 역사의 증언이자 일상의 기록, 기억을 재구성하는 예리한 시선이 아니고 무엇이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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