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물썰물] "한국, 망했네요."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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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것에는 날개가 없다.’ 바닥 모르고 떨어지는 우리나라 합계출산율 이야기다. 통계청이 30일 발표한 ‘6월 인구 동향’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합계출산율은 전년 동기(0.75명)보다 0.05명이 감소해 0.7명으로 집계됐다. 부산은 0.66으로 전년 동기보다 0.07이나 추락했다. 이 정도면 인구 소멸 수순이지만 반복되는 수치 하락에 “이대로면 재앙이 닥친다”는 경고도 무색하다.

그런데 합계출산율 0.7은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통계청이 2020~2070년 장래인구추계에서 바닥으로 산정한 수치이기 때문이다. 통계청은 올해 0.73을 기록한 후 2024년 0.7로 바닥을 찍을 것으로 예상했다. 2025년(0.74) 반등해 2032년(1.04) 1을 돌파한 뒤 2050년 1.21까지 오를 것이라는 게 통계청 추계다. 문제는 현재 추세라면 0.7도 안심할 수 없다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0.76을 기록 중이다. 출생아는 연초에 많고 연말로 갈수록 줄어드는 상고하저 추세를 보인다. 지난해에는 1분기 0.87, 2분기 0.75, 3분기 0.8, 4분기 0.7이었다. 올해 1분기 0.81, 2분기 0.7인 상황에서 3~4분기 더 떨어지면 0.7 선 유지가 쉽지 않을 수 있다.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외신도 주목하는 단골 뉴스다. 최근 미국의 한 석학이 한국 합계출산율을 듣고 놀라 머리를 부여잡는 영상이 소셜미디어상에 밈으로 회자돼 화제였다. 조앤 윌리엄스 캘리포니아대 명예교수가 지난해 한국 합계출산율이 0.78이었다는 말을 듣고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 그 정도로 낮은 수치를 들어 본 적 없어요”라고 말하는 장면이다. OECD 회원국 중 1보다 낮은 나라는 한국이 유일하다. 영국 옥스퍼드 인구문제연구소는 지구상에서 가장 먼저 사라질 나라로 한국을 꼽았고 그 시기를 2750년으로 점쳤다.

우리 저출산 대책은 ‘답 없음’이 답이다. 매년 50조 원의 예산을 쏟아붓지만 백약이 무효다. 내년에도 저출산 대응을 위해 유급 육아휴직 기간을 12개월에서 18개월로 6개월 확대하고 신생아 출산 가구에 대해서는 특별공급을 신설하고 공공임대를 우선 공급하는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효과가 있을 거라 기대하는 사람은 없다. 합계출산율은 그 사회가 얼마나 살 만한가를 나타내는 종합지표 같은 의미로도 읽힌다. 우리 사회의 근본적 변화가 필요할 터인데 매번 내놓는 정부 대책을 보면 기시감과 함께 극빈한 상상력만 마주하게 된다.

강윤경 논설위원 kyk93@


강윤경 논설위원 kyk9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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