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자산 풍부 부산 중구, 관리는 나몰라라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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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단 거목 화실·1호 아파트 등
근현대 유적 산재·가치도 높아
매력 알고 관광객 곳곳 발걸음
구청은 정작 무관심·보존 소극
“매입 등 활용방안 찾아야” 지적

지역 근대미술 1세대 화가 김종식 화백의 부산 중구 옛 작업실이 장기간 방치돼 있다. 지역 근대미술 1세대 화가 김종식 화백의 부산 중구 옛 작업실이 장기간 방치돼 있다.

부산 중구 내 다양한 근현대 문화적 유적이 무관심과 관리 부실 속에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관할 지자체인 중구청은 오히려 부산항 북항1부두 문화재 등록을 반대하는 등 문화적 자산 보존에 소극적이다 보니 상황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지난달 30일 오후 중구 대청동 남성여고 아래 지역 화단의 거목이었던 김종식 화백의 옛 작업실을 찾았다. 건물은 낡고 방치돼 있고 변변한 표지판도 없다 보니, 사람이 떠난 평범한 ‘공가’처럼 보였다. 김 화백의 유족에 따르면 작업실은 1980년대 이후 30년 넘게 방치돼 있으며, 장기간의 관리 부실로 현재 급속하게 노후화가 진행 중이다.

부산 근대미술 1세대 화가인 김 화백은 근·현대미술의 개척자로 부산 미술계의 구심점 역할을 한 인물이다. 그의 작업실은 지역 근대화가 작업실 중에서 온전히 남아있는 유일한 장소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게 미술계의 평가다.

하지만 현재 대청동 옛 작업실은 타지역에 거주하는 김 화백의 아들이 소유하고 있어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개보수 공사에도 수천만 원이 필요한 것으로 알려지는 등 개인이 관리하기는 현실적으로 여의치 않은 상황이다. 이 때문에 중구청도 2016년 작업실 매입을 검토했지만, 예산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백지화했다. 김 화백의 유가족 측은 “잠시 시간이 날 때 부산을 방문해 잡초를 제거하는 수준”이라며 “계속 방치되는 것도 안타깝고 시나 구청에서 매입 의사를 보인다면 적극적으로 응할 생각이다”고 말했다.

중구 지역은 김 화백 작업실뿐만 아니라 부산항 북항1부두, 부산 1호 아파트 청풍장 등 문화재적 가치가 높은 유적이 많지만 보존 계획이나 활용 방안은 미흡한 실정이다. 특히 부산항1부두는 중구청이 앞장서 문화재 보존계획을 반대하는 실정이다. 1941년 준공된 건물인 부산 1호 아파트 청풍장도 2021년 정밀안전진단에서 최하등급을 받았지만, 중구청은 개인 소유물이라는 이유로 섣불리 관여하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는 과거 문화 중심지였던 중구만의 개성과 매력을 살리기 위해서는 다채로운 역사 문화적 자산을 활용하는 방안을 찾는 게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경성대 도시공학과 강동진 교수는 “지금도 관광객이 중구를 찾는 이유 중 하나가 중구에서만 볼 수 있는 문화적 개성, 이야기다”며 “예산이 부족하다면 기업, 기금 등 외부 자원을 끌고 올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구청은 지난 4월 부산연구원을 통해 ‘부산 중구 문화관광 발전 종합계획 수립 용역’을 실시하면서 관내 역사 문화자산에 대한 실태조사와 활용 방안을 찾고 있다고 해명했다. 또 과거 적산가옥을 활용한 중구문화원 등 역사 문화자산을 보존하고 활용한 사례도 있다고 반박했다. 구청 관계자는 “이번 용역을 통해 관내 역사 문화자산을 관광 자원으로 활용할 방법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며 “현재는 별도 계획이 없지만 용역 결과에 따라 김종식 화백 작업실 매입도 재차 검토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김준현 기자 joon@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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