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냥아 학교 가자” 통영에 국내 첫 ‘고양이 학교’ 개교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 개소
유기·장애묘 등 최대 120여 마리
구조·치료·보호·입양 전 과정 지원
동물 생명권 인식 확대 계기 기대
학생이 없어 문 닫은 경남 통영의 한 섬마을 폐교가 집 없는 ‘길고양이’의 ‘묘생 2막’을 위한 보금자리로 탈바꿈했다. 국내 최초 ‘공공형 고양이 보호‧분양센터’, 일명 ‘고양이 학교’다.
통영시는 6일 한산면 용호도에서 센터 개소식을 열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이 센터는 국내에서 처음 선보이는 고양이 전문 보호시설이다.
한국고양이보호협회에 따르면 전국에 서식하는 길고양이 수는 약 100만 마리로 추정된다. 하지만 길고양이의 평균 수명은 고작 3년 안팎일 정도로 현실은 참혹하다. 최근 3년간 ‘로드킬’로 희생된 길고양이가 11만 3000여 마리에 달한다.
특히 생존에 취약한 새끼들은 50%가 질병과 굶주림 등으로 한 달을 채 못 넘기고 사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운 좋게 동물보호단체를 통해 보호시설에 들어와도 새 주인을 못 만나면 안락사된다. 경남에서도 당장 수천 마리의 유기동물이 죽음의 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이에 통영시는 학령인구 감소로 폐교한 한산초등학교 용호분교장을 집 없는 고양이를 위한 공간으로 꾸몄다. 용호분교는 1943년 4월 1일 개교해 1425명의 졸업생을 배출하고 2012년 3월 1일 폐교했다.
시는 경남도 주민참여 예산 1억 5000만 원에 시비 2억 5000만 원 등 총 4억 원을 투입해 3000㎡ 운동장과 연면적 446㎡ 규모 2층 학교 시설을 리모델링했다. 의미 있는 프로젝트에 민간 기업도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노후화된 울타리와 출입구 디딤돌 교체를 포스코건설이 후원했다.
이렇게 완성된 센터는 보호실(5실)과 치료실, 사람과 고양이가 공존하는 캣·북카페 등을 갖췄다. 앞으로 보호조치 대상 고양이 구조부터 치료‧건강 관리, 입양에 이르는 전 과정을 도맡는다. 이와 함께 고양이를 주제로 한 생명‧생태교육과 다양한 영상‧전시‧공연‧축제 등을 통해 유기묘 문제에 대한 국민적 관심을 유도하고 인접 마을주민을 위한 ‘온정 펫’ 사업도 병행할 계획이다.
보호 개체 수는 공간과 면적을 고려해 최대 120마리 내외 설정했다. 중성화를 통해 적정 개체를 유지하다 입양으로 빈자리가 생기면 충원한다. 생후 3개월 미만의 구조묘나 주인에게 버림받은 유기묘, 장애묘가 우선 입소 대상이다. 입양이 안 된 개체는 자연사할 때까지 보호할 방침이다.
이를 위한 운영 조례도 마련됐다. 보호 대상은 △통영시 소재 한려해상국립공원에서 구조된 고양이 △동물보호법 시행규칙에 따라 구조 신고된 고양이로 다치거나 어미로부터 분리돼 스스로 살아가기 힘들다고 판단되는 3개월령 이하 △학대받은 고양이 중 소유자를 알 수 없는 경우 △학대로 적정하게 치료·보호받을 수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 △그 밖에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로 정했다.
또 보다 효율적인 운영‧관리를 위해 관련 법인이나 단체 또는 개인에게 시설을 위탁할 수 있도록 하고 인건비와 약품비, 사료비 등 필요한 경비를 예산 범위 내에서 지원한다. 다만, 초기 운영 체계 확립을 위해 2024년까지 시가 직영한 뒤, 민간에 위탁하기로 했다. 현재 지난 7월 통영시동물보호센터에서 구조한 유기묘 3마리가 센터에 새 둥지를 텄다.
통영시 관계자는 “동물 생명권 보호를 비롯해 ‘폐교 활용’ ‘인간과 동물의 공존’ ‘섬 활성화’ 등 여러 의미를 담은 사업”이라며 “첫 사례인 만큼 전국적인 본보기가 되도록 원활한 운영 관리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밝혔다.
김민진 기자 mjkim@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