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20 불참 시진핑… 바이든 피하고 ‘내 편’ 챙기기?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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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의 불참 두고 해석 분분
미국 주도 회의 수세 몰릴 우려
일대일로 통한 ‘아군’ 정비 주력
홍콩 언론 “오염수 등 문제 때문”

시진핑(사진) 중국 국가주석의 오는 9∼10일 인도 뉴델리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불참 결정을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우선 미국의 경제·안보 압박을 일단 피하면서, 이에 맞대응할 ‘아군’을 챙긴 후 미국에 대응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 많다. 위기에 처한 중국 경제, 대만에의 군사 공격 가능성, 우크라이나 침략국인 러시아 지원 등을 놓고 미국 주도의 G20 정상회담 무대에서 수세에 몰릴 게 뻔한 상황에서 시 주석은 이 자리를 피하고 차후 반격의 기회를 찾으려 한다는 것이다.

시 주석의 외교 행보의 변화는 뚜렷하다. 그는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시기의 칩거에서 벗어나 작년 11월 인도네시아 발리 G20 정상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미 대통령과 첫 대면 정상회담을 했다. 지난 3월에는 숙적 관계인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을 설득해 두 나라가 정식 외교관계를 재개하도록 했다.

지난달 브릭스 정상회담에선 시 주석이 주도적으로 나서 기존 브라질, 러시아, 인도, 중국, 남아프리카공화국 5개국에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란, 아랍에미리트, 아르헨티나, 이집트, 에티오피아를 보태 회원국을 11개국으로 늘렸다.

시 주석은 내친걸음에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도 포섭하려 한 듯하다. 그러나 인도는 최근 몇 년 새 미국과 부쩍 가까워졌다. 특히 경제위기로 인한 ‘탈중국’ 기업들의 유입으로 사상 최대의 경제적 호황을 누리고, 미국과의 연대로 안보 이익을 극대화하는 인도가 중국 편으로 한 발짝 더 가까이 갈 이유가 없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주도하는 서방의 ‘중국 견제’ 목소리가 커질 뉴델리 G20 정상회의는 중국에 그다지 달가운 자리가 아니다.

그러나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는 5일 전문가들을 인용해 미국과의 긴장 관계 때문에 시 주석이 G20에 안 가는 것이 아니라 여러 가지 지역적인 문제 때문이라고 보도했다. 일본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와 중국·인도 관계 등 껄끄러운 문제들을 고려해 불참을 결정했다는 것이다.

바이든 미 행정부의 대중국 압박은 경제·안보 이슈 중심의 디리스킹 공세로 중국의 발목을 잡으면서도 중국이 남중국해·대만해협 등에서 위기 상황을 촉발하는 것을 차단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올해 들어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과 재닛 옐런 재무장관, 존 케리 기후 특사,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등 장관급 고위 인사 4명을 중국에 보낸 데 이어 이번에 뉴델리에서 미중 정상 간 별도 만남을 계획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될 수 있다.

그러나 시 주석은 이에 응하지 않고 다른 대응책을 염두에 둔 듯하다. 오는 10월 베이징에서 열릴 일대일로(중국~중앙아시아~유럽을 연결하는 육상·해상 실크로드) 국제협력 정상 포럼이 그것이다. 시 주석이 2012년 말 제18차 공산당 전국대표대회(당 대회)에서 권좌에 오른 뒤 2013년부터 중국 주도로 추진해온 일대일로 사업은 경제협력을 토대로 미국 등 서방의 대중국 압박에 맞서기 위한 대응이다. 일대일로 사업은 이미 한계를 맞았다는 평가도 나온다. G7의 유일한 참가국인 이탈리아가 탈퇴로 가닥을 잡자 중국이 붙잡으려 안간힘을 쓰는 모습이 눈길을 끈다.

이런 가운데 시 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눈에 띄는 밀착도 주목된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1일 조만간 시 주석과 만날 예정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혀 10월 일대일로 정상포럼 참석을 기정사실화했다. 이로써 미국 주도의 서방에 맞선 중국과 러시아라는 신냉전 구도가 한층 뚜렷해지는 양상이다.

또 최근 북한의 대 러시아 무기 지원설과 연합훈련 개최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북중러 3자 연계도 현실화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이현정 기자 yourfoot@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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