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결국 거부, 흑해곡물협정 재개 무산
에르도안 중재에 기존 입장 고수
서방 대러 제재 완화 안해 불만
아프리카 빈국에는 100만t 송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이 흑해곡물협정을 되살리는 방안에 관해 논의했으나 돌파구를 찾지 못했다.
푸틴 대통령은 4일(현지 시간) 러시아 소치에서 에르도안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마친 뒤 공동 기자회견에서 “러시아는 곡물협정을 재개할 준비가 돼 있으며, 모든 협의 내용이 이행되면 즉시 실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정상회담에서는 지난 7월 17일 러시아의 종료 선언으로 중단된 흑해곡물협정의 재개가 결정될지 관심이 모였지만,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의 요구 사항이 모두 이행되기 전까지는 협정을 재개할 수 없다는 기존의 입장을 되풀이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7월 유엔과 튀르키예의 중재로 체결된 흑해곡물협정에 따라 우크라이나 곡물뿐 아니라 자국 곡물·비료도 원활히 수출했어야 하지만, 자국 관련 협의 내용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며 협정 연장을 거부했다. 협정 재개를 위해 중재자를 자처하고 나선 에르도안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양국 대표단이 참석한 자리에서 90분간 여러 의제를 논의하고, 이후 90분간 양자 회담을 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 곡물·비료 수출을 위해 서방이 제재 완화, 농업 장비·부품 수입 재개, 은행·보험 서비스 연결 등 조치를 해야 하지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 있다면서 “우리는 협정에서 철수하도록 강요당했다”고 불만을 드러냈다. 또 “곡물 가격은 하락하고 있고, 식량은 부족하지 않다”며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에서 철수해 세계 식량 위기가 초래됐다는 비판을 반박했다.
다만 두 정상은 카타르, 튀르키예의 참여로 아프리카 빈곤국에 러시아 곡물 100만t을 보내는 러시아의 계획을 추진하기로 합의했다. 카타르의 재정 지원을 받아 튀르키예가 러시아 곡물을 할인가에 제공받고, 이를 가공해 아프리카에 공급하는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