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열기 안 식는 관광시장, 그 열기 못 쬐는 부산 관광업계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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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연휴에 ‘유커의 귀환’까지
관광 특수 9~10월에도 이어져
해운대 특급호텔 추석 예약 80%
에어부산 중국인 탑승객도 늘어
체력 회복 못 한 부산 관광업계
수요 감당하기엔 인력·업체 부족

여름 성수기가 지나간 9~10월에도 부산을 찾는 내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관광객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부산일보DB 여름 성수기가 지나간 9~10월에도 부산을 찾는 내외국인 관광객들의 발길이 꾸준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부산 해운대해수욕장에서 관광객들이 기념 사진을 찍고 있다. 부산일보DB

코로나 팬데믹 종료 이후 여름 성수기를 지나는 오는 9~10월에도 여행 수요가 꾸준히 이어져 관광·숙박업계가 반색하고 있다. 이달 말 추석 황금연휴가 확정돼 내국인 여행 수요가 크게 일어난 데다 중국 정부가 사드 사태 이후 금지했던 한국 단체 관광을 허용해 유커의 본격적인 귀환이 시작된 덕분이다.

정부는 5일 국무회의에서 오는 10월 2일을 임시공휴일로 지정하는 안을 상정해 의결했다. 추석 연휴(9월 28~30일)부터 개천절(10월 3일)까지 6일간의 황금 연휴가 확정된 셈이다. 여기에 한글날(10월 9일)까지 끼어 있어 3일간 연차를 쓸 경우 최대 12일까지 쉴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관광·숙박업계에서는 임시공휴일 지정을 검토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이미 지난달 말부터 특수 기대감이 높아졌다. 여행 업체에 문의 전화가 이어졌고, 하루 만에 해외여행 예약이 배 이상 늘어난 곳도 있었다.

실제로 숙박시설 예약 플랫폼 ‘호텔스닷컴’의 경우 이번 추석 연휴기간을 포함해 9~10월 투숙 기간에 해외여행 검색량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56% 이상 증가했다. 호텔스닷컴이 만 25~65세 직장인 10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65%가 ‘이번 추석 기간에 여행을 계획하고 있다’고 답했다. 추석 연휴를 보다 길게 즐기기 위해 ‘하루 이상의 연차를 사용할 의향이 있다’고 답한 응답자도 56%에 달했다.

부산의 특급호텔이 밀집한 해운대구 일대는 황금연휴가 한 달 가까이 남았는데도 추석을 전후해 80% 이상 예약이 완료됐다. 한 특급호텔 관계자는 “10월 2일 대체공휴일 지정이 관광업계와 내수를 살리는 신의 한 수가 됐다”며 “연휴 이후 곧바로 불꽃축제와 국제영화제까지 대기된 상태여서 10월 말까지 이 분위기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중국 정부의 한국 단체 관광 허용으로 시작된 유커의 귀환도 내달까지 부산의 관광 특수를 기대하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에어부산이 지난 1~7월 에어부산 국내선 제주행 항공편을 이용한 외국인 탑승객 수를 집계한 결과 중국인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에어부산의 제주행 항공편 외국인 탑승객 중 중국인 비율은 24%에 달했다. 미국인이 17%로 다음이었다.

이는 본격적인 유커의 귀환이 시작되기 전부터 중국인 관광객 비율이 폭증했다는 의미다. 제주도는 이미 10여 년 전부터 중국인 관광객이 가장 선호하는 관광지로 꼽혀온 터라 제주도의 중국인 관광객의 유치 여부가 전국적인 중국 관광업계의 바로미터 역할을 했다.

에어부산 측은 “현재 운항 중인 중국 노선들 외에도 향후 추가로 복항이 이루어진다면 이를 통해 국내를 찾는 관광객은 물론 에어부산의 국제선과 국내선 노선을 연계한 이원화 일정의 유커 관광객도 한층 늘어날 것으로 전망한다”고 밝혔다.

게다가 중국인 관광객은 추석 연휴 기간 해외여행객과 동선이 겹쳐 내국인 관광 수요까지 촉진하는 효과를 낸다. 연휴 기간 해외를 오가는 항공편을 구하지 못하자 부산 등 국내 유명 관광지로 눈을 돌리는 내국인 수요가 만만치 않다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한 여행사 관계자는 “임시공휴일 확정 이전에 가까운 일본 등지의 인기 관광지 항공편은 이미 발 빠른 관광객이 싹쓸이한 상태”라며 “지금도 코로나 시절에 비하면 관광 경기가 비할 바 없이 좋지만 제주도를 중심으로 중국인 관광객이 돌아오기 시작하면 내달 즈음에는 부산에서도 특수를 기대해볼 만하다”고 말했다.

한편, 성수기를 지나고도 불이 꺼지지 않는 여행 수요에도 불구하고 체력을 회복하지 못한 부산 관광 생태계가 안타깝다는 지적도 나온다.

코로나 기간 부산의 관광업계는 심각한 타격을 받아 사실상 공멸 수준까지 몰렸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해제돼 한숨을 돌리긴 했지만 빠른 속도로 회복되는 관광 수요를 감당해 내기에는 인력도, 업체 수도 부족하다는 의미다.

부산관광협회 측은 “호텔 등 대규모 시설을 갖춘 숙박업체는 큰 타격을 입지 않았지만 항공사나 소규모 관광업체는 그렇지 못하다. 추석 황금연휴라는 특수를 놓고서도 느끼는 온도가 다른 게 현실”이라고 전했다.


권상국 기자 ksk@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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