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알바’ 면접 미끼 성범죄… 수험생, 끝내 생 마감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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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구직 사이트 이력서 올리자
알바 자리 제안하며 재수생에 접근
면접서 변종 성매매 권유 후 성폭력
한 달간 괴로워하다 비극적 선택
경찰, 위력 간음 혐의 등 30대 구속
변종 성매매 업소 불법 영업도 확인

부산 사하경찰서 청사 건물 전경 부산 사하경찰서 청사 건물 전경

아르바이트를 찾는 10대 여성이 스터디카페 일자리로 알고 나갔으나 변종 성매매를 권유받고 성폭력을 당해, 결국 극단적인 선택을 하는 일이 발생했다. 구인 면접을 가장한 변종 성매매 알선과 성폭력 사건이 평범한 사회 초년생을 죽음으로 내모는 비극으로 이어져 충격을 더하고 있는 가운데 이 같은 비극이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다는 우려로 경각심을 주고 있다.

5일 부산 사하경찰서에 따르면, 경찰은 최근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성매매 알선·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직업안정법 위반 등 혐의로 30대 남성 A 씨를 구속했다. A 씨는 재수생 B(19) 씨를 키스방으로 데려가 강압적인 방법으로 성폭력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A 씨로부터 여성을 공급받은 업소로 추정되는 부산진구 모 키스방 운영자 30대 2명도 직업안정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입건돼 수사를 받고 있다.

경찰 조사와 B 씨 지인들의 증언 등을 종합해 보면, B 씨는 지난 4월께 온라인 구인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렸다. 재수생 생활을 하던 B 씨는 집안의 부담을 덜고자 직접 번 돈으로 용돈을 마련해 생활했다.

이력서를 본 A 씨는 스터디카페 관계자라고 주장하며 B 씨에게 접근했다. 두 사람은 부산진구 모 스터디카페에서 면접을 진행했다. A 씨는 면접 자리에서 “더 쉽고 더 좋은 일이 있다”며 키스방 아르바이트를 권유했다. 곧이어 B 씨를 바로 옆 건물의 키스방으로 데려가 “실습을 해보겠다”며 사실상 성폭행을 저지른 것으로 알려졌다.

취재 결과, A 씨는 해당 스터디카페와는 무관한 것으로 확인됐다. 스터디카페 측은 A 씨는 “자주 오던 손님이었다”고 밝혔다. 스터디카페 면접의 목적은 처음부터 변종 성매매 권유였던 셈이다.

B 씨는 이날의 충격으로 심리적인 어려움을 겪다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생을 마감했다. 그가 겪은 일도 일부 친구에게만 털어놓았다. 뒤늦게 참담한 사건으로 딸을 잃은 것을 알게 된 유족 역시 상당히 힘든 시간을 보냈다.

경찰은 현재 통신 기록, 지인 증언 등을 통해 A 씨의 성매매 알선과 B 씨에 대한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혐의를 입증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B 씨의 직접적인 진술이 없어 물리력 행사나 협박 등을 법률적으로 입증하기 어려워 ‘강간’ 혐의 적용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이 밖에 A 씨가 미성년자 피해자를 포함해 비슷한 형태로 상당 기간 성매매 알선을 한 사실도 확인됐다. 이 때문에 B 씨처럼 폭력적인 상황에 노출된 피해자가 더 있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성폭력이 벌어진 키스방 업주는 전기통신사업자로 사업자등록을 하고, 겉으로는 다른 업체인 것처럼 불법 영업해 온 사실도 확인됐다. 해당 업소에서 A 씨의 구체적인 역할, 운영자와의 관계 등도 수사가 필요한 부분이다. 경찰 관계자는 “(A 씨가)범행을 계속 부인하는 등 증거인멸의 우려도 있어 구속했다”며 “구체적인 수사 내용은 밝히기 어렵다”고 말했다.

온라인을 중심으로 번진 무차별적인 변종 성매매의 구인 수법을 장기간 방치한 것이 결국 극단적인 비극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나온다. 여성인권지원센터 살림 이윤서 상담소장은 “청소년이나 여성이 많이 이용하는 아르바이트 사이트가 성매매 알선 경로로 사용되고 있다”며 “성매매 알선 가해자는 대부분 집행유예에 그치고 피해자는 피해 사실을 알리거나 도움을 구하기 힘든 일이 반복되다 보니 극단적인 상황까지 벌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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