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 보다 성매매 알선 후 성범죄…10대 여성 노린 ‘신종 인신 매매’
건축사 꿈꾸던 평범한 재수생
집안 형편 생각해 일자리 구하다 당해
‘스터디카페 아르바이트 면접 보자’
변종 성매매 알선책, 피해자에 접근
키스방 유인 범행… 추가 피해자 확인 중
유족이 들고 온 피해자의 학교생활기록부엔 ‘성실’ ‘책임감’ ‘리더십’ 같은 단어가 가득했다. 성적도 우수했고, 전교 회장을 한 기록도 눈에 띄었다. 유족이 피해자의 학창 시절 기록까지 보여준 것은 이렇게 성실하고 착한 딸이자 조카가 왜 구인 면접을 가장한 변종 성매매 알선과 성폭력으로 끔찍한 일을 당해야 했는지 도저히 납득되지 않는다는 이유에서였다.
■한순간에 찾아온 비극
스터디카페 일자리를 제안하는 척 구직자를 유인해 성폭력까지 일삼은 A 씨는 피해자 B 씨 외에도 장기간에 걸쳐 다수 여성에게 접근한 것으로 보인다. A 씨가 B 씨를 유인하는데 활용했던 스터디카페의 한 관계자는 “A 씨는 예전부터 젊은 여자 한두 명과 함께 자주 왔던 손님이었다. 최근에 안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A 씨가 다수 구직 여성에게 스터디카페 관계자로 속여 접근해 불러내고 성매매 알선을 한 것을 짐작할 수 있는 증언이다.
특히 해당 스터디카페 건물과 문제의 키스방 건물은 인접했다. 사실상 계단만 오르내리면 되기 때문에 이동하는 데 1분이 채 걸리지 않는다. “더 좋은 일자리가 있으니 가 보겠느냐”는 말에 함께 따라 나서면 이상한 낌새를 눈치채기도 전에 이미 이동이 끝나는 동선이다. 이런 이유로 B 씨는 별다른 저항도 하지 못하고 사건 현장에 간 것으로 보인다.
문제의 키스방은 현재 폐업 상태다. 〈부산일보〉 취재진이 찾아간 현장은 불이 꺼졌고, 유리문은 잠겨 있었다. 하지만 작은 방들이 늘어선 전형적인 성매매 업소의 구조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었다. 방 안의 샤워실과 치워지지 않은 각종 위생용품도 확인됐다. 각 방은 단절돼 폐쇄적인 구조를 하고 있어 피해자는 외부에 도움을 요청할 수 없는 상황에 놓였던 것으로 보인다.
■변종 성매매 알선에 무차별 노출
성매매의 폐해가 많다는 건 알았지만, 성매매에 눈길을 주지 않는 이들과는 무관한 일이라는 게 다수의 믿음이다. 그러나 평범했던 피해자를 포함해 누구나 무차별적인 변종 성매매 알선에 노출될 수 있다는 사실이 유족들은 여전히 믿기지 않는 듯했다.
피해자의 삼촌은 〈부산일보〉 취재진과의 만남에서 “학원도 다니지 않으면서 전교 회장에 전교 1등까지 했던 성실한 아이였다”며 “재수를 하며 집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조금이라도 돈을 보태고자 구인구직 사이트에 알바를 구한다는 글을 올렸던 것뿐이었다”고 토로했다.
피해자는 건축사가 되는 것을 꿈꿨다고 한다. 원하는 대학 진학을 위해 재수를 결심했고, 집에 손을 벌리지 않기 위해 인터넷 구인구직 사이트에 이력서를 남겼다. 사건 이후 B 씨는 충격을 홀로 감내했던 것으로 보인다. 세상을 등지기 전날 친구 C 씨에게 피해 사실을 전했다. C 씨는 “전날 밤 B 씨가 전화를 걸어 너무 힘들다고 했다. 버스 정류장에 혼자 앉아 울고 있는 친구를 찾아가 상세한 이야기를 듣게 됐다”면서 “B 씨가 스터디카페 알바 면접을 보러 갔는데, 사장 같은 사람이 ‘이거 말고 하나 더 하는 곳이 있는데 거기 면접을 보겠느냐’ ‘손님들의 터치가 있을 수 있다’고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C 씨는 이어 “술은 안 마시지만 사람들이랑 모여서 커피를 마실 수 있는 곳이라는 설명을 들었다고 했다”며 “친구를 방으로 데려갔는데 남자 2명이 문을 막고 있었고, 사장은 ‘손님처럼 해보겠다’고 하며 성범죄를 저질렀다고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유족 등은 구속된 A 씨 외에도 연루된 이들이 더 있고, 조직적 범행을 벌였을 것으로 추정한다. 유사한 피해를 봤지만 두려움에 떨며 신고하지 못하는 이들도 상당수 존재할 것이라고 본다. 피해자의 삼촌은 “조카는 이제 세상에 없다. 그렇지만 이 사건을 세상에 알리는 이유는 더 이상 이런 일을 겪는 피해자가 생기지 않기를 바라기 때문”이라며 사건을 공론화하게 된 배경을 설명했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예방 상담전화 ☎1393, 정신건강 상담전화 ☎1577-0199, 희망의 전화 ☎129,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 청소년 모바일 상담 ‘다 들어줄 개’ 어플, 카카오톡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손혜림 기자 hyerimsn@busan.com , 김백상 기자 k103@busa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