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주인 허위서류 못 걸러낸 HUG 탓에 세입자 전세금 날릴 위기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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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영구 임대주택 세입자 18세대
임대보증금보증 취소 통보 받아
애먼 임차인만 피해 떠안을 상황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입주한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부산일보DB 주택도시보증공사가 입주한 부산국제금융센터(BIFC) 전경. 부산일보DB

주택도시보증공사(허그)의 임대보증금보증에 가입한 임대주택 세입자들이 갑작스러운 허그의 보증보험 취소 때문에 받을 수 있었던 전세금 일부를 날릴 위기에 처했다. 임대인이 보증 심사 당시 허위서류를 제출했다는 것이 취소 사유인데, 허그가 이를 뒤늦게 발견하는 바람에 임차인이 피해를 떠안게 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부산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부산 수영구의 한 다세대 임대주택 세입자 18세대는 지난달 23일 허그로부터 임대보증금보증 신청 취소를 안내받았다. 해당 임대주택 세입자 중 일부는 현재 계약 만료에도 불구하고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보증금 보장도 못 받게 된 처지에 놓인 것이다. 이들은 대부분 1억 원 이상의 전세금을 낸 상태인데, 현재 집주인 40대 남성 A 씨와는 연락이 닿지 않는 상황이라고 밝혔다. 해당 건물은 세제혜택을 받고 임대료 상한율을 제한받는 개인 임대주택이다.

세입자들은 지난 5월 25일 임대보증금보증 가입 이후 3개월 만에 허그로부터 일방적 임대보증금보증 취소 통보를 받았다. 집주인 A 씨가 일부 세대의 보증금을 낮춰 허위서류를 제출한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됐다는 것이 허그 측의 설명이었다. A 씨는 부채비율 한도 초과로 보증발급이 불가능한 해당 건물을 임대보증금보증에 가입시키기 위해 서류를 조작한 것으로 보인다. 부채비율은 공동담보 설정 채무액과 임대보증금 합산액을 더해 주택가격으로 나눈 것이다. 이 비율이 100%를 초과하는 경우 보증 발급이 불가능하다.

허그는 당초 허위서류가 제출된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고 임대보증금보증 신청을 허가했으나, 세입자들을 통해 이를 뒤늦게 알아차렸다. 보증보험 가입 통지를 받은 세입자가 보증보험에 명시된 계약금이 그의 임대차계약서와 다르다고 밝혀 A 씨의 허위서류 제출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허그가 자체 심사를 통해 허위서류를 걸러내지 못한 것은 임대보증금보증 가입 절차의 제도적 허점으로 지적된다. 임대보증금보증은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임대사업자가 필수적으로 가입해야 하는 보증이다. 전세계약을 체결하고 전입신고를 한 후 임차인이 신청해 가입하는 전세보증금반환보증과는 다르다. 임대사업자가 직접 임대사업자등록증과 임대차계약서, 등기부등본, 세금완납증명서, 본인 확인 서류, 주택가격산정 서류 등을 구비해 신청서를 작성해야 한다.

하지만 임대인이 허위 서류를 제출할 경우 적발하기가 쉽지 않다는 사실이 이번 사건으로 드러났다. 허그 관계자는 “보증보험 발급 전 임대인이 제출한 임대차계약서를 임차인에게 재확인하는 과정을 따로 거치진 않는다”며 “임대차계약서의 특성상 공문서가 아닌 사문서여서 진위 여부 확인이 어려웠다”고 밝혔다.

세입자들은 허그의 보증보험을 믿고 전세계약을 체결한 상황에서 일방적 취소 통보가 상당히 당혹스럽다는 입장이다. 세입자 30대 남성 B 씨는 “지난 5월 가입한 임대보증금보증을 믿고 지난 6월 전세 계약을 연장했다”며 “임대인 A 씨가 부산 전역에 소유한 건물에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세대가 180세대를 넘는 것으로 안다. 허그마저 그들의 실수를 임대주택 세입자들에게 돌리니 막막한 심정”이라고 말했다.


양보원 기자 bogiza@busa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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